알파고의 '떡수'가 버그라고?

등록 2016.03.15 11:13수정 2016.03.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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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4국에서 나온 이해할 수 없는 알파고의 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수를 버그로 인식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먼저 바둑의 원리를 살펴보자. 바둑은 거의 무한대의 수가 나오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둑은 유한 게임이다. 즉 확률의 게임이 아니고 먼저 두는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수가 항상 존재한다.

예를 들어 3 x 3의 빙고 게임이 있으면 신과 한 수 씩 두어도 사람이 먼저 두면 항상 이길 수 있는 수가 아주 쉽게 보인다. 바둑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지만 그래도 유한 게임이다. 바둑을 두는 어느 순간에도 항상 최선의 수가 존재한다. 인간의 계산 능력이 미치지 못 해서 그 곳이 어딘지 모를 뿐이다. 바둑 용어인 포석, 행마, 사활 등의 용어는 교육을 하거나 바둑 내용에 대한 대화를 위해 사용될 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4국 당시 알파고는 중반 이후 자신이 아무리 정수를 둬도 이기지 못 할 것을 알아냈던 것으로 보인다. 남은 수가 많았다면 정수를 뒀을 때 상대방이 실수하여 만회할 수 있을 테니 최선을 다해 정수를 뒀을 것이다. 하지만 남은 수가 얼마 없을 땐 어떻게 할 것인가?

예를 들어 2집을 지고 있다는 계산은 나도 정수로 두고 상대방도 정수로 두었을 때 2집을 진다는 것이다. 프로의 바둑에서도 지고 있으면 마지막 꼼수(승부수)를 둔다. 자신도 그 수가 상대방이 정수로 잘 받으면 질 것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아무리 잘 두어도 자기가 이길 것이라면 이미 이긴 것이지 2집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기가 둔 꼼수는 자신도 모르거나 상대방이 잘 받으면 지는 수라는 것을 알고 두는 것이다. 알파고는 막판에 지고 있다면 이런 승부수를 두게끔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이런 승부수 혹은 꼼수를 상대방이 계산하기 어려운 자리에 둔다. 하지만 알파고는 상대방이 계산하기 어려운 자리가 무엇인지 구분하지 못 한다. 단지 상대방이 이 한 곳에만 안 두면 승리할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직관으로 알 수 있지만 알파고는 그런 것까지 학습하진 못 한 것 같다.


알파고는 이 한 자리에만 안 두면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사람 입장에선 가장 뻔한 수일 수 있다. 알파고 개발자들은 승부수 혹은 꼼수를 프로그래밍 했지만 아직 사람의 직관에는 미치지 못 한 것 같다. 물론 이런 경우가 만들어지려면 중반 전투에서 승리해서 이기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신의 영역에서 덤은 몇 집인지다. 예전에는 덤이 없었다. 선착의 효가 얼마인지 알만큼 기력이 훌륭하지 못 했다. 프로 기전이 활성화된 후 5집반이었지만 기력이 높아지면서 6집반이 됐다. 현재 6집반인 덤은 비슷한 기력의 사람들이 흑, 백으로 두었을 때 가장 승률이 비슷한 것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바둑이 유한 게임이기 때문에 둘 다 최선의 수로만 두었을 때 몇 집 차이가 날지는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룰대로 신과 신이 바둑을 둔다면 흑을 잡는 신이 이길 것으로 보여 바둑이 홀짝 싸움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 기력의 6집반보다 선착의 효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둑이 완전히 정복됐을 때 실제 계산 가능한 것이고 현재 알파고의 기력으로 덤이 몇 집이 될지 궁금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승부수 혹은 꼼수를 배제하고 알파고 끼리 두게 했을 때 평균 몇 집 차이가 나는지 안다면 알파고의 기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현재 국내 프로에서 사용하고 있는 6집반, 중국의 7집반 보다 큰 9집 차이나 10집 차이가 난다면 프로 기사 평균 기력보다 잘 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세돌 #알파고 #떡수 #버그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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