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과 노무현 전 대통령 장남 건호씨가 2015년 8월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운동권 전체로 확장된 사실상의 친노 담론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진짜 '친노'처럼 한정된 개념이 아니라 운동권 전체로 확장된 '친노' 개념의 경우 사실상 해당 대상이 너무 넓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노동문제전문가인 은수미 의원은 대표적인 친노 인사로 불리는데 그는 앞에서 언급한 친노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가 대표적 친노 인사로 구분되는 이유는 운동권 출신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서 이뤄졌기 때문에 여기서 형성된 인맥은 여러 분야에 걸쳐서 광범위 하게 퍼져 있다. 그래서 한국의 진보 세력 내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친노와 운동권을 결합시킨 프레임으로 친노 개념은 운동권 인맥을 따라서 마구 확장된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친노로 구분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니 외부에서 친노로 구분되는 정치인 중에서 자신이 '친노'로 구분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일종의 해프닝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친노와 운동권이 결국 하나로 묶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은 현재 김대중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부터 해서 범 진보 진영 내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친노 담론은 결국 현재 진보 세력 중심 전체를 타깃으로 하는 것이다.
교각살우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필자는 기존 운동권이 비판받을 바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운동권 정치인들은 이미 알려진 바 대로 정서 및 태도부터 해서 고칠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악화되고 있는 각종 사회적 현안에 대한 정책 대안 수립에 있어서 능동적이고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
다만 운동권 전반을 '낡은 진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매도하는 소위 반노 진영의 프레임은 옳지 못하다.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공과 과를 구분해서 취장보단(取長補短)의 자세로 접근해야만 한다.
물론 현재 비판받고 있는 '친노 + 운동권' 세력들이 과거 민주당 세력 교체 과정에서 기존 야당 정치인들을 '낡은 세력'으로 매도하여 현재 갈등의 씨앗을 제공한 점은 분명한 역사적 과오다. 그러나 지금 야당의 주류가 된 운동권 세력들의 여러 문제점이 나타난 상황이라고 해서 이들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은 결국 민주화 세력 전반의 역사성과 가치의 상당 부분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금은 진보 야권 전체가 과거보다 역량이 약화되어 있다. 내부 헤게모니 쟁투를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주객관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상호 절멸의 자세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것은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사실 이해찬 컷오프 건은 단지 김종인 개인의 선택과 그에 대한 책임으로 귀결시켜서는 안된다. 결국 '친노' 및 '반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최악으로 증폭 시켜놓은 범 야권 정치인들의 귀책 사유가 더 큰 것이다. 야권 정치인들은 이 점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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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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