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O가 관측한 블랙홀 쌍성계에 대한 가시화태양보다 훨씬 큰 두 개의 블랙홀은 서로를 바라보며 자전하면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중력파를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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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둘은 태양질량의 62배인 새로운 블랙홀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고, 이를 온 우주에 전달한 '기쁨의 메시지'를 우리가 받아낸 것이다. 2015년 9월 14일. 라이고는 그들의 놀라운 '러브 스토리'를 정확하게 포착해 내었고, 이 놀라운 소식은 우리에게 '중력파'의 증거로써 다가왔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100주년을 기념하며 말이다.
라이고가 관측한 역사적인 신호에는 GW150914라는 매우 무미 건조한 이름이 붙었다(2015년 9월 14일에 관찰된 중력파(Gravitational Wave)라니. 멋진 이름을 붙여주지 말입니다!). 그들은 이 신호를 입수하고도 2016년 2월 11일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왜냐고? 중력파라는 것의 크기가 너무도 작고, 실험용 장비에는 측정된 신호를 가뿐히 넘어설 수준의 노이즈를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해 내는 작업이 필요했단다. '30년을 기다렸는데 여섯 달을 못 기다리겠는가' 하는 자신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것은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는 존재인 '중력파'가 아닌가?
마침내, 인류는 아인슈타인이 1916년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후 정확히 100년이 지난 후에서야 '아인슈타인이 옳았음'을 증명하게 되었다. 세계 최고의 정밀도를 가진 레이저 간섭계인 '라이고'를 통해서 말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검은 외부의 존재'인 우주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이번에 도달한 신호도 인간은 절대 가볼 수 없는 곳에서 벌어졌던 일이었다).
우주의 중력장을 분석함으로써 넓은 우주의 지도를 그려낼 수 있을 것이고, 벌어지는 사건을 관찰하게 될 것이다. 중력장과 시간의 관계에 대한 성찰이었던 <인터스텔라>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우주여행, 우주전쟁, 다른 항성계로의 이주 같은 것 말이다.
1887년 전자기파의 존재가 헤르츠에 의해 증명된 이후, 인류가 겪게 된 수많은 변화를 짐작하는가?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전자기파는 우리의 삶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변화시켰다. 이젠 중력파가 가져다 줄 변화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전자기파를 발견한 직후, 헤르츠의 푸념이 떠올라 생각을 방해하는 것은 무슨 이유지?
'이건 아무데도 쓸 데가 없다. 단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이 신비로운 전자기파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거장 맥스웰의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다음에 할 일은 무엇인가?''글쎄, 아마 없을 것 같다.'미국의 주도로 전 세계는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놀라운 협업을 진행했고, 30년의 기다림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한 중력파 검출기(10-20 수준의 정밀도)를 갖게 되었다. 책이나 관련 문헌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중력파 검출기에 적용된 기술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쉽게 얘기해 버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이 인류의 삶을 바꾸기 위해선 그것이 '아이디어'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라이고의 측정 정밀도를 가능하게 한 수많은 생산 기술들은 결코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완성된 기술은, 인류가 필요로 하는 곳에 언제든지 적용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그들이 오랜 세월의 노력을 통해 달성한 성취를, '아이디어'만으로 하루 아침에 따라갈 수는 없는 것은 분명하다. 혹시라도, 오랜 노력을 통한 성취를 단시간의 조급증과 욕심만으로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스럽다.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과학계는 이런 새로운 시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 왔고, 무엇을 기다려 왔으며, 지금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최근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결고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AI 전담팀'을 설치해 논란이 되고 있다. 라이고가 중력파의 존재에 대해 답변할 때까지, 30년을 넘게 기다리고 지원해 준 정책 결정자들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또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과학자들이 있었음을 잊어서도 안 된다. 진심으로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서 헤르츠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당장 이것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짐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미 누군가는 그 변화에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우린 답을 찾을 것인가, 늘 그랬듯이'? 궁금하다.
<중력파-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오정근 지음(동아시아)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중력파를 찾는 LIGO와 인류의 아름다운 도전과 열정의 기록
오정근 지음,
동아시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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