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왼쪽)의 공약은 지난 3일과 설에 발표된 것을 참고했다. 더민주당(오른쪽)의 공약은 지난해 추석과 설에 제시된 것이다. 두 정당은 이를 토대로 한 총선 당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허빈
실험 결과 정당 공약 간 큰 차이가 없었다. 조사에 참여한 44명의 노인 중 22명이 새누리당의 공약을 선호했으며, 나머지 20명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을 택했다. 대부분이 여당 지지자라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였다. 앞서 인터뷰한 김재삼씨는 새누리당이 제시한 공약에 투표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런 것들보다 나라를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생애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를 했다. 김씨 이외의 대다수 노인들도 복지 공약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4) 유권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유권자는 다른 연령대보다 가장 낮은 18.5%만이 후보자 선택 시 정책·공약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위 실험의 표본은 부족했지만 관련 통계가 '노인 유권자의 투표에서 공약이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노인에겐 복지 공약보다 나라가 1순위였다. 실험에 참여한 노인들은 본인들을 위한 공약을 두고 '나라 걱정'부터 했다. 복지 정책이 실현됐을 때 나라 곳간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생애사적 경험으로 인해 노인들은 '나'라는 개인보다 '국가'를 먼저로 여기고 있었다. 때문에 인물의 리더십, 나라의 안보와 같은 큰 틀 안에서만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 김형수 한국노년교육학회 부회장은 정당이 발표한 노인 공약의 한계성을 지적한다. 즉 정치권이 노인 유권자를 단순하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여당은 '노인 유권자의 표는 내 표다'고 당연하게 여겨 매력 있는 공약을 개발하지 않는다"면서 "반면 야당은 노인 유권자의 생애 경험 등을 고려해 접근 방식을 세분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4·13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 각 정당은 노인 유권자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들은 경쟁적으로 좋아 보이는 공약을 내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노인의 생애사가 그들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이다. 틀니를 해 주고, 월 20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문제에만 집중한 대증요법이다. 이들이 진짜 걱정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라. '하품이 나오더라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