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 귀퉁이에 덩그러니 있는 우람한 돌. 산하고 꽤 떨어진 자리에 덩그러니 놓인 이 우람한 돌은 무엇일까요. 고흥에는 이런 돌이 여느 집 마당이나 밭이나 고샅에 숱하게 있습니다.
최종규
'<대동여지도>는 김정호 혼자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측량하여 만든 지도가 아니라, 이전에 만들어진 여러 지도를 두루 참조하여 종합, 집대성한 지도다.' (171쪽)'남방식, 북방식이라는 분류법은 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다. 왜냐하면 고인돌 연구가 진점됨에 따라 북방식이라 했던 탁자 모양의 고인돌이 한강 남쪽 전라도에서 발견되고, 반대로 남방식이라 했던 바둑판 모양의 고인돌이 한강 북쪽 북한에서 발견되는가 하면' (201쪽)<한국사 상식 바로잡기>에 나오는 고인돌 이야기를 읽다가, 전남 고흥 곳곳에 수없이 많은 고인돌을 떠올립니다. 학계에 보고된 숫자만 쳐도 남녘에 3만 기를 웃도는 고인돌이 있다는데, 이 가운데 전라남도에 절반 가까이 몰렸다고 해요. 고흥에는 '학계에 보고된 고인돌'이 1500기가 넘는다고 하는데 아직 보고가 안 된 고인돌도 많으리라 느낍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흔히 말하는 '갑툭튀' 같은 우람한 돌이 여느 마을 여느 살림집 마당이나 울타리에, 또는 고샅길 한쪽이나 밭 귀퉁이에 버젓이 꽤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갑툭튀' 돌이 고인돌로 인정을 받거나 보고가 되었다고 하는 얘기는 거의 못 들어요. 웬만한 삽차로는 들어낼 수도 없이 엄청나게 큰 돌인데, 이런 엄청나게 큰 돌이 크기는 거의 다 비슷합니다. 생김새도 비슷하고요. 그래서 나는 우리 마을이든 이웃 마을이든 이런 우람한 돌을 볼 적마다 '틀림없이 보고 안 된 고인돌'이겠거니 하고 여깁니다.
그나저나 이 고인돌이란 무엇일까요. 이 고인돌은 어떻게 세웠을까요. 엄청난 무게인 이 돌을 어떤 힘으로 날랐을까요.
오늘날 우리는 '학설'로 이 고인돌을 이야기합니다. 여러 가지 학설로 이 고인돌이 어떤 뜻으로 세웠겠거니 하고 여기지만, 아무도 속내를 알 길이 없어요. 왜 그러한가 하면, 고인돌이 처음 선 무렵에 '남긴 글(기록)'이 없고, 고인돌이 처음 선 무렵에 왜 이 돌을 날라서 이 자리에 놓았는가를 지켜본 자취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여러 학설을 '상식'으로 여기면서 배우지만, 앞으로 '먼 옛날 연구'가 제대로 깊이 이루어지면, '오늘은 상식으로 여긴 학설'이 뒷날에는 아무것도 아닌 얘기가 되리라 느껴요.
'거북선 철갑선설이 오늘날까지 위력을 발휘하게 된 데는 아무래도 1960년대 초부터 20년간 계속된 군사정권이 끼친 영향이 크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무인이요 난세의 영웅이었던 이순신을 군사정권의 정통성 확보라는 차원에서 우상화하면서 기북선 철갑선설은 요지부동의 자리를 굳힌 것이다.' (241쪽)'임진왜란 이후 17세기부터 결혼 풍습은 처가살이에서 시집살이로 차츰 바뀌어 갔다. 바뀐 건 결혼 풍습만이 아니었다. 아들딸 차별 없이 나눠 주던 균분상속이 딸에게는 적게, 아들에게는 많이 주는 남녀차별 상속으로, 또 여러 아들 중에서도 맏아들에게 많이 주는 장남우대 상속으로 바뀌어 갔다.' (400쪽)'상식'이란 무엇일까요? 학설이란 무엇일까요? 역사 지식이란 또 무어일까요? 우리는 왜 역사를 배우거나 가르칠까요?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를 쓴 박은봉 님은 거북선 상식을 다루는 자리에서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이 벌인 일을 찬찬히 들려줍니다.
스스로 올바르지 않은 군사독재를 가리려는 뜻으로 현모양처 그림을 내세웠고 군사영웅 그림을 앞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속 제도'도 정치나 사회가 바뀌면서 어느새 '차별'이라는 모습으로 달라졌다고 해요. 그리고 이런 그림이나 모습은 오늘날 '그냥 상식'이라도 되는 듯이 퍼져서 굳어지기도 합니다.
프랑스 군대에 짓눌리는 식민지로 살아야 했던 인도차이나 여러 나라라고 해요. 인도차이나에 있는 여러 나라는 프랑스라는 굴레를 떨치려 했는데, 1950년대 그무렵에 한국군이 그곳에 가서 '프랑스를 돕는' 전쟁을 해야 했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 길을 걷는 모습이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무척 아찔한 일이지 싶습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아주 쉬워요. 한국이 일본 제국주의에 짓눌리며 끙끙 앓던 무렵, 한국을 더 짓누르면서 일본 제국주의 손을 거드는 군대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