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20대 총선 2차 경선지역을 발표하고 있다.
남소연
이 같은 방침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살생부 논란'이 어떻게 봉합됐는지 복기해보면 석연치 않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에 대한 김무성 대표의 공식사과를 수용하고 이 문제를 사실상 재론치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살생부' 사과 "찌라시? 문건?" 진실 공방).
실제로 친박 중진인 유기준 의원은 지난 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당이 큰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일단 (김 대표가) 사과를 하셨고 공관위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당이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이 부분(살생부 논란)에 대해선 이 정도로 받아들이려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비박 김영우 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도 공개적으로 유감, 사과를 표명했기 때문에, 저는 이것을 더 이상 논의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결국, 친박·비박 모두 암묵적으로 덮기로 합의했던 '살생부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공관위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최근 급부상한 '윤상현 욕설 녹취록' 파문을 큰 탈 없이 처리하기 위한 '수'란 지적이 나오는 형편이다.
'윤상현 욕설 녹취록'과 형평성 맞추려고? 일단, '윤상현 욕설 녹취록'은 '살생부 논란'과 직접적으로 엮여 있다. 현재 윤 의원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김무성 죽여버려, 이 XX"라면서 이번 총선 공천에서 '비박 솎아내기'를 주문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의 공천이 시스템이 아닌 특정인사의 입김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을 드러낸 만큼 앞서의 '살생부 논란'과 맥이 닿아 있는 셈이다.
특히 윤 의원이 "있지도 않은 살생부 논란에 격분한 나머지 취중에 실언한 것"이라고 해명한 부분도 중요하다. '윤상현 욕설 녹취록' 파문을 진상조사하기 위해선 그 원인이었던 '살생부 논란'의 진위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논리가 세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두 사안을 놓고 공천심사를 진행할 땐 '형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도 만들어진다. 공교롭게도 윤 의원은 앞서 '살생부 논란'과 관계된 정두언(서울 서대문을)·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처럼 인천 남구을의 유일한 새누리당 공천신청자다. 공관위가 향후 공천심사 때 이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현재 '정계은퇴'까지 요구받고 있는 윤 의원 입장에선 '득'이다.
실제로 공관위는 이날 윤 의원에 대한 공천심사도 보류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윤 의원도 그 문제(녹취록)는 확인해야 한다"라며 "만약 당 지도부에서 무슨 절차를 밟게 되면 결정을 못 한다, 일단 보류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친박 우위의 당 최고위원회의도 이날 윤 의원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결정을 내렸다. 최고위는 김무성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윤 의원의 소명을 들은 뒤, '준사법절차'에 해당하는 당 윤리위원회가 아닌 클린공천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또 비박계가 요구했던 의원총회 소집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비박 측이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역시 이 위원장의 '살생부 논란' 재점화와 맞닿아 있다.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 경선 여부 결정을 정두언, 김용태 의원의 단수추천지역과 묶어 연기하겠다고 한 자체가 비박계에 대한 '경고'로 읽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관위는 지난 7일 영남 지역을 제외하고 공천 신청자가 1명인 단수신청 지역에 대해서도 여론조사를 해 공천심사에 반영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주로 비박 측 인사들이 영남 이외 지역의 단수신청자인 만큼 그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공관위는 이날 단수추천 발표 당시 영남권 단수추천자인 김세연(부산 금정)·박민식(부산 강서갑) 의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제외했다.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것, 크게 의미 부여하지 마라"한편, 공관위는 이 같은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공관위원인 박종희 2사무부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두언 의원 등은 여러 논란이 있어서 하루 이틀 늦어지는 것이다, 크게 의미 부여하지 말라"라면서 "서울 등 수도권, 충청권의 단수신청자들은 빨리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실시 중인 영남 이외 지역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와 관련해선 "중요한 지표는 아니고 우리 후보의 경쟁력을 보려는 것"이라며 "영남은 누가 나와도 당선되니깐 사실 볼 필요도 없고 말이 많아서 안 하는 것이고 수도권은 상대 후보를 넣어서 경쟁력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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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jhj@ohmynews.com
정치부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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