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교사 우리나라의 보건 교육은 쉼과 회복이 아니라 즉각적인 증상 해소 또는 인내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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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방학 중 스페인에 다녀오신 선생님에게 들은 일화다. 일정 중 잠깐 한인 민박에 머무르면서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한번은 아이 문제로 학교에 불려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저 가벼운 생각으로 아이에게 '성적을 올리면 적은 액수의 용돈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는데,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던 중에 그 이야기를 했고 아마 아이의 선생님도 내용을 인지하게 된 것 같다. 선생님에게 호출을 받고 놀란 마음으로 학교에 도착하자, '성적을 올리도록 유인책으로 돈을 제시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며 심각하게 충고를 들었다고 한다.
그 일화를 들으면서, 스페인의 학교와 교육에 대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금세 무슨 직업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우리의 학교와 교육에 대한 철학과 접근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문지기' 역할을 할 뿐인 보건교사의 딜레마 올 3월 초, 학교 보건 관련 회의가 있어 참석했다가 최근 들어 보건실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에 화제가 집중됐다. 객관적으로 타당한 문제 제기도 있지만, 각종 검사 도구와 다양한 의료인이 배치된 병원에서조차 바로 대처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보건교사가 신적인 존재처럼 완벽하게 대응하기를 바라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
문제는 일부 극단적인 민원 발생의 기저에는 보건실에 대한 신화 같은 이미지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보건 교사는 학부에서 간호학을 전공한 의료인이니 척 보면 무슨 증상인지 한눈에 알아야 하지 않느냐', '보건실이라면 적어도 각종 전문적인 응급처치 기구가 갖추어져 있지 않겠느냐'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간호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인이 가지는 딜레마는 증상을 보고 어느 정도 건강 문제를 유추할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보건실은 치료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병원이 아니고, 건강 문제를 1차 진단하여 필요할 때 치료 기관으로 의뢰하는 '문지기' 역할을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