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두 켤레 저 작은 신발을 신기만 하면 90% 성공한 거다. 신발만 신으면 등원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데 그게 어렵다.
강현호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옷까지 다 입고서는 말한다.
"어린이집에 안 갈래." 누가 물어봤냐? 자동 반사다. 어차피 가기로 했고 가야 한다는 걸 알면서 옷을 갈아 입었지만 막상 가자고 하면 버틴다. 어린이집 초기에는 오해도 많이 했다. 혹시 어린이집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저러나 싶어서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늘 저러니까.
이때 윽박지르면 일이 커진다. 윽박지르기라고 해봐야 내 목청을 높이는 거지만 그것만 해도 아이는 재빨리 철통 방어시스템을 작동한다. 방구석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농성을 시작한다. 그리고 선언한다.
"절대, 절대, 절대 안 갈 거야!"이건 막아야 한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린이집은 지각이고 내 하루 일정은 모두 틀어진다. 힘으로 밀어붙여 보내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잠이 깨기 전에 했어야 했다. 이 시점에서는 작전이 제격이다. 계략이 필요하다.
'어린이집에 등원시켜라'... 계략 세 가지가장 효과가 좋은 계략은 '뇌물'이다. 녀석이 언제나 '야호!'를 외치는 '십십이'를 찾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소아과에 들락거리는 집에서는 다들 아시시라. 이 '십십이'의 정체를. 어린이용 비타민인데 아들은 이걸 무척 좋아한다. 이거면 프리패스, 만사형통이다. 이것만 있으면 어린이집 등원은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십십이'는 매일 쓸 수 없는 카드다. 캐러멜 형태라 치아에 좋을 리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하루는 걸러 쓰고 있다. 어린이집 무사히 보내자고 치과에 들락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다음으로 많이 쓰는 방법은 '기만술'이다. 즉, 아이가 좋아하는 게 집 밖에 있다고 미끼를 던지는 건다. 미끼의 종류는 정해져 있다. 공룡편지, 눈(雪), 포클레인이 주를 이룬다. 눈은 눈 내리는 날에만 쓰는 거고 포클레인은 워낙 굴삭기 장난감을 좋아해서 일부러 길을 돌아돌아 가면서 굴삭기를 찾으러 다녔던 데서 기원한다. 타요 버스 대신 굴삭기랄까?
공룡편지는 좀 복잡하다. 사전 작업을 해둬야 한다. 먼저 공룡을 인쇄한 종이를 봉투에 담아 우리집 우체통에 미리 넣어 두고 아들에게 몇 번 보여줘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아내와 나의 호흡이다. 아들에게 자작극임을 들키지 않게 손발을 맞춰야 한다. 이렇게 몇 번 작업을 해두고 공룡편지가 왔는지 확인해보자고 아이 옆구리를 찌르면 열에 서너 번은 넘어온다.
다음 방법은 '기다림'이다. 아이가 상처 받지 않고 울지 않고 화내지 않고 제 마음이 움직여서 밖에 나가자고 할 때까지 시간을 주는 거다. 지각은 감수해야 하지만 효과는 좋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럴 만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안 가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뭐 대단한 이유가 아니다. 집에서 아빠랑 엄마랑 놀고 싶어서다. 그 당연하고 작은 소망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어린 아이도 알지만 떼라도 한 번 부려 보는 거다. 아쉬우니까.
그러니 가만히 두면 20~30분도 안 돼 아들은 고개를 떨구고 신발장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이 방법을 자주 쓰지 못하는 이유는 나 때문이다. 내가 초조해서 그 잠시를 기다리지 못해서다. 밥벌이의 무게를 제대로 이기지 못하니 늘 마음이 조급해서 아이의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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