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캠프 홍보 문구'X년을 향한 복수극'은 '남성향'이 된다 ⓒ 레진 코믹스
한예섭
섬네일과 작품 설명, 그리고 레진과 작가 람작이 이루는 이 '콜라보'엔 몇 가지 문제가 층층이 겹쳐 있다. 'X년'이 상징하는 지긋지긋한 김치녀 신화가 첫 번째고, 'X년'에게는 '복수'해야 한다는 현대판 함무라비 정신이 두 번째며, 그 두 가지가 어우러져 '성폭행'을 '복수'와 '회개'로 정당화시켜 남성 섹슈얼리티 일반에 범죄적 판타지를 뒤집어씌운다는 것이 세 번째다.
6화까지의 전개로 작품이 말하는 '속죄캠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하다. 그러나 작품을 팔기 위한 레진의 홍보 워딩은 설령 작품 내에서 집단 성폭행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히 문제적이다.
작품의 내용 면에서도, 여성은 남성 성욕에 의한 착취의 대상으로서 그려진다. 여성의 성은 각각의 남성 캐릭터에 의해 단순 섹스 파트너부터 성 노리개, 혹은 성적으로 자신에게 종속되어야 할 '순수한 여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된다. 자극적인 대사로 점철된 성관계신에선 여성은 쟁취와 소유의 대상이 되고, 굴종과 피학으로 남성을 만족시킬 것을 요구받는다.
동시에 섹슈얼리티 내의 여성 주체성은 끊임없이 공격받는다. 주인공의 성 편력은 프리섹스나 성 자유주의에 대한 논의가 아닌 "모두의 X년" 캐릭터 완성을 위해 전개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범죄를 암시하는 섬네일에 대한 도덕적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에 다름없다.
<속죄캠프>가 그리는 문제들
그래서 <속죄캠프>는 문제다. 그런데 단순히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속죄캠프>가 그리는 여성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수없이 겹쳐진 문제'들'이다.
"걸레 같은 년"이라는 대사와 "순결 서약서"를 들이미는 남성 캐릭터는 실재하는 여성억압을 그대로 재현한다, 부당한 시선이다. (여성은) '나와 섹스해 줘야 한다'는 비틀린 욕망과 그러면서도 순결한 여성을 원하는 욕망 사이에 존재하는 남성적 이중 잣대가 전제된다. 더불어 여성에 대한 욕구의 종착지가 항상 섹스로 수렴되는 것 또한 우리 사회의 비틀린 성 관념이다.
"모두의 X년"이라는 '투명 김치녀'를 상정하는 점도 문제다. 그것은 특수 개인(그것도 가상의)을 통해 여성 일반을 혐오하는 과정이다. 어떻게 그런 확장이 가능하냐고? 우리 사회에 통용되고 있는 여성혐오 발언들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이미 그러고 있다.
거기다 그러한 여성 캐릭터가 '악역'에 위치하는 것 자체가 여성에게 가해져 온 오랜 혐오의 결과물이다. 개인을 속이고 기만하는 캐릭터의 행위는 물론 잘못이지만, 그것이 여성의 '성적인 문란함'으로 뭉뚱그려지는 것은 오직 여성에게만 가해져 온 성적 억압을 반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문제들이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게 뭔지는 말할 수 있다. 저 모든 문제들이 겹치고 겹쳐 내어놓는 레진 코믹스의 '범죄 판타지'가 가장 큰 문제다.
남성향이 아니라 그냥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