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보이는 생수통 같은 생의 후반기를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해 정주를 선택한 나, 스스로 격려하는 셀카
이상옥
지난해 12월부터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많은 서류와 증명자료를 이메일을 통해 보내야 했고, 그 과정에서 계속 외사처와 영문메일로 소통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에서 보내준 취업허가증과 초청장을 가지고 또 부산 중국영사관에서 Z비자(중국 취업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Z비자로 중국에 입국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전문가증, 거류허가증 발급을 받는 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외에도 중국 은행카드 발급, 중국 휴대전화 개통 등을 대학 외사처 직원의 안내로 처리해야 했다. 지난 3일까지 모든 업무를 끝냈다. 거류허가증이 오는 23일께 나온다고 하는데, 업무 처리가 늦어질 수도 있다. 현재는 거류허가증이 나오기까지는 정주에 꼼짝 없이 묶여 지내야 한다. 외국인으로 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취업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범죄기록도 없어야 했고, 신체적 건강도 입증해야 했다.
거의 두 달 이상 이 일에 매달렸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혹시 나도 모르는 결격 사유가 잡히는 건 아닌지, 내심 초조해 하기도 했다. 제아무리 정주경공업대학교에서 나를 초청해도 내게 문제가 있으면 무산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새 일터에서 내 생의 최고의 공부를
이제 다음 주부터 수업이다. 이번 학기에는 '한국문학강독', '글쓰기', '말하기' 세 과목을 가르친다. 내가 교단에 선 지 30년이 넘었지만, 마침 초임 발령을 받은 것 같은 설렘을 품고 있다. 중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내게는 배우는 일이 아닌가. 5년 전부터 준비한 새 일터에서 온몸으로 부딪치며 익히는 생의 최고의 공부를 앞두고 어찌 기대가 없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