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은 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예방했다. 김영주 NCCK총무는 한 위원장에게 소통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유석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자신감을 얻었을까요? 이 정권은 종교에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4일 한광옥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대통합위) 위원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차례로 찾았습니다.
한 위원장은 개신교 외에도 천주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등 다른 종단 지도자도 찾을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 대통합위는 국민통합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당부하기 위해 개신교를 비롯해 불교, 천주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등 7대 종단을 방문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NCCK 김영주 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제위기, 북한의 안보위협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때에 국민들의 마음을 다잡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나 대책위 같은 자문기구가 설파하기보다 종교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이 같은 필요성을 주장하는 게 반향이 크다고 여겨 찾아뵈었다."김 총무는 이에 대해 "정부가 이미 취할 조치는 다 취해 놓고 가부(따를 것이냐의 여부 - 기자 주)만 묻는다"며 소통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김 총무의 입장은 완곡하지만 정곡을 찌릅니다.
이제까지 현 정권은 의제 추진과정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합의 등 나라 전체의 미래가 걸린 의제마저 정권 입맛에 맞도록 우격다짐으로 추진됐습니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는 어떤가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무색해졌습니다. 이들 기관들은 대통령 한 사람의 심기를 맞추는 식으로 작동하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안보불안은 따지고 보면 대통령의 무능한 리더십 탓입니다.
정부가 종교계에게 사회통합의 역할을 기대하려면 먼저 그동안의 실책에 대해 국민 앞에 반성해야 합니다. 대국민 사과와 반성이 없다면 이는 종교계에게 '정부에 부역하라'고 요청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먼저 종교계, 특히 권력에 아부하는 기독교계에게 당부합니다. 여러분들이 섬겨야 하는 주인은 하느님이지 대통령이 아닙니다. 정권의 최고 책임자를 위해 당연히 기도는 해야 하겠지만, 정권이 제 길을 벗어나 국민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면 분연히 일어나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구약과 신약의 선지자들은 목숨 걸고 이 같은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예수께서 국가조찬기도회 석상에 오셨을 때, 어떻게 행동하셨을지 묵상하고 또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신약성서 <마르코 복음>의 기록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예수께서는 국가조찬기도회 자리를 뒤집어엎었을 것입니다. 성전에서 상인들이 깔아 놓은 좌판을 뒤엎으셨듯 말입니다.
그리고 현 정권은 들으십시오.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려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종교는 정권을 유지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정히 지금 나라 살림이 어렵고, 안보마저 불안하다면, 그런 상황을 만든 당신들의 책임을 먼저 인정하시고, 종교 지도자들에게 그 잘못을 겸허히 고백하십시오. 그게 순서이고, 인간된 도리입니다.
언제까지 정권이 유지되리라 생각하십니까? 불의한 권력은 반드시 심판 받습니다. 개신교를 비롯한 고등 종교가 세상 권세에 던지는 교훈이자 경고입니다. 그 어느 누구보다 박 대통령은 이 점을 반드시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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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당신, 목사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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