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국민들은 (야권이) 다시 결합해서 새로운 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절실한 소망을 갖고 있다"며 "이 당에 와서 소위 패권정치라고 하는 것을 씻어내려고 계속 노력했고, 앞으로도 패권정치가 더민주에서 부활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소연
비판적 지지는 지금까지 '민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군소 야권 정당을 상대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프레임이다. 더민주당의 김종인은 필리버스터를 중단한 이후, 야권에 손을 내밀었다. 그의 발언은 전형적인 '비판적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었다. 그의 수는 정치적 올바름의 입장에서도, 현실정치의 실리적 측면에서도 크게 어긋남이 없다. 오래되고 신선할 것 없는 전략처럼 보여도, 여전히 강하고 유효하다.
김종인의 야권통합 제안에 대해 심상정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야권 통합은 어렵지만, 야권 연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십 년이 지나서야 비판적 지지에 대응할 전략을 찾아낸 것이다. 오랫동안 진보정당은 '독자후보 전략'을 고수했다. 어떻게든 많은 후보를 내서, 자신의 존재감을 전국에 알리는 것을 목적에 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단순하고, 유력후보(보통 민주당)의 표를 갉아먹어 새누리당에 이익이 된다는 비판적 지지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 방식을 고수하다가 호되게 당한게 바로 위에서 언급한 2010년의 지방선거였다. 그 이후 진보정당은 '통합'이라는 단어에 대응하는 '연대'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민주당과 당대당으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선거를 목적으로 전략적 연대를 하는 것. 원래 정당은 당헌을 뼈대로 삼고, 강령와 당규라는 살과 피를 갖는 생명체다.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거대하면서도 느리고, 또 진중한 집단이 바로 정당이다. 이런 조직이 2~3년 만다 한 번씩 있는 선거를 목적으로 뭉쳤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도 쉽지 않다. 당과 당이 통합하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비판적 지지와 야권통합 제안은 흡사한 듯 하지만, 전혀 다른 메시지 라인을 갖게 된다. 통합을 원하는 대중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당과 당이 쉽게 이합집산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대중도 많다. '통합'이라는 단어는 후자의 불편함을 자극하지만 '연대'라는 프레임은 양자 모두를 안심시킨다. 진보정당이 '연대'라는 프레임을 발견하고 전략으로 소화하는데 30년의 경험이 필요했다.
물론 야권연대의 프레임 또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야권 연대는 정당의 중앙과 지역 단위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하다. 협상의 단위는 전국인데, 이해관계의 단위는 지역이다. 정의당이 진보벨트라 불리는 울산, 창원 등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서울의 마포 지역 후보를 포기한다는 등의 전략적 협상에는 꽤 긴 시간 필요하다.
선거 국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협상을 오래 진행하다보면, 막상 선거사무소에서 선거를 집중해서 치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지역의 텃밭을 중심으로 단단하게 선거 운동에 올인하는 동안, 야권은 야권연대 때문에 힘을 빼고 허겁지겁 뒤늦게 선거 운동을 치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야권연대 또한 전략적으로 발전해야 할 과제를 갖고 있다.
김종인의 제안, 피해간 심상정과 발끈한 안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