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에서 조사한 기관들의 청렴도를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앞선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국민 신뢰도 등에서 경찰이 검찰에 뒤지지 않는다. 비리건수나 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제소건수를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낫다."
이희훈
- 검찰 신뢰도를 지적했는데 경찰도 신뢰도가 높지 않아서 수사권을 완전하게 가져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것은 수긍할 수 없다. 경찰이 검찰 못지않게 국민들로부터 비난받고 불신받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국가기관에서 조사한 기관들의 청렴도를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앞선다. 도토리 키재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국민 신뢰도 등에서 경찰이 검찰에 뒤지지 않는다. 비리건수나 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제소건수를 보면 경찰이 검찰보다 낫다."
- 정치검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찰도 있지 않나? 국민이 아닌 청와대만 바라보는…. "분명히 그런 문제가 있다. 그래서 나는 현직 경찰청장으로 있을 때 정치적 중립을 누구보다 강조했다. 당시 전국 수만명의 경찰이 지켜보고 있는 화상회의에서 '대통령 지시사항, 경찰청장 지시사항이라고 할지라도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따라서는 안된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때문에 제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정치적 중립에 관한 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경찰청장 재임 20개월 동안 '경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특정정당, 특정정권의 시녀라는 이미지를 주면 어느 국민이 경찰의 법집행을 수긍할 수 있겠느냐? 경찰이 법을 집행할 때 신뢰를 높이려면 헌법과 법률에 명시돼 있는 정치적 중립을 반드시 지키고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굉장히 많이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검사 출신 의원들이 거의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검사 출신 의원들이 많다. 그래서 저는 과도기적으로 경찰 출신 의원이 지금보다 더 많이 국회에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경찰이나 검찰 출신은 정계에 받을 들여놓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과도기적으로 경찰 출신 의원들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은 검사의 임금 수준이 평균 임금수준보다 훨씬 낮다. 오히려 경찰은 평균 임금수준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검찰은 명예직으로 생각하고, 거기를 거쳐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미국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전관예우 등의 폐단이 없다. 그런 사회에서는 법률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를 해도 순기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전관예우도 있고, 사건을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 출신들이 정치를 하려고 하면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겠나?
경찰이 하는 업무를 100이라고 한다면 정치적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극히 일부다. 90이나 95는 전혀 그런 정치적 요소와 무관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전혀 청와대 눈치 안본다. 투표하면 야당을 찍을 경찰관들도 적지 않다. 수사권, 기소권 분리문제로 야당에 우호적인 경찰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청와대 눈치를 볼 것 같나? 극소수의 문제를 가지고 경찰을 다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야 한다. 100그루의 나무 가운데 한 그루가 병들었다고 해서 그것을 병든 숲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인사권을 다 쥐고 있는 청와대... 잘못됐다"- 청와대만 바라보는 검찰과 경찰의 행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우리나라는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 청와대가 인사권을 다 쥐고 있지 않나. 인사권을 대폭 각료들에게 이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굉장히 훌륭하다고 본다. 이 전 대통령은 일단 사람을 발탁하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내가 경찰청장을 하고 있을 때 민정수석실에서 아무리 시비걸고 해도 이 전 대통령은 '조 청장이 잘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건드냐?'고 했다. 발탁한 사람이 잘 못하면 바꾸면 된다. 청와대의 역할은 그런 정도에서 끝나야 한다. 일단 맡겼으면 힘을 실어주고 최대한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 지금도 경찰 고위직은 전부 청와대에서 인사를 하지 않나? "외부에서 인사를 하면 힘 있는 사람에게 청탁할 것 아닌가? 그러면 브로커가 등장할 것이고, 비리가 싹 틀 가능성이 많다. 또한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 것이 적절한지는 경찰청장이 제일 잘 아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민정수석실에서는 경찰청장이 인사를 잘 할 수 있도록 관련자료를 주면 된다. 내가 경찰청장할 때에는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잘했다. 민정수석실에서 내려오는 지침이나 지시는 없었다. '누구는 안된다' 이런 정도만 있었다. 권재진 전 민정수석이 <동아일보>에 '조현오 청장한테 얘기한다고 해서 조 청장이 그것을 들을 사람입니까?'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제일 맘에 든다.
미국 3등 서기관과 식사하면서 직접 들었는데, 그 사람은 한국 근무가 끝나면 다음에 어디로 발령나고, 그 다음에는 어느 보직으로 가는지까지 알고 있더라. 이렇게 예측가능하게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선진 공직사회다. 우리 인사도 그렇게 이루어져 한다. 인사나 성과 평가를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 성과 평가도 순위를 매기고 그 안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성과 따로 승진 따로'인 후진적 인사제도는 바꾸어야 한다."
- 수사권 독립이 가능해지기 위해서 경찰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공정하게 국민들 처지에서 법을 집행해야 한다. 국민들이 인정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팀장, 서장, 지방청장, 경찰청장 눈치를 보면서 활동하면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
"현재의 법사위 구성으로는 선전 수사제도 도입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