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채 말라 죽어가는 귤나무잦은 비날씨로 수확이 늦어지는 와중에 한파가 불어닥쳐 귤이 수확도 못한 채 나무에서 동해를 입은 일이 속출했다. 나무가 귤을 매달고 죽어가는 일도 생긴다.
장태욱
게다가 정부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상대국이 계속 증가하면서, 외국산 농산물 수입은 종류와 규모에서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인해 농민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건 이제 사회적으로 식상한 문제가 되어버렸다.
귀농해서 농사를 본업으로 삼은 지 6년째다. 농산물 가격이야 늘 들쑥날쑥하지만, 그래도 농약대금 비료대금 갚아가며 빠듯하게나마 생활을 유지했다. 그런데 이젠 귤 농사가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위기감을 감출 수 없다. 조금 있으면 일본의 경우처럼 농촌에 고령에 이른 농부들만 남아서 소규모로 농사를 짓고, 주인을 잃고 방치된 채 서서히 고사되는 귤나무들이 도처에서 발견될 것만 같다.
귤 수확이 끝나고 2월 한 달 동안 책도 읽고 고민도 한 끝에, 감귤에 대해 글을 쓰기고 결정했다. 무슨 신세한탄 같은 걸 하고자 함도 아니고, 농가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글을 쓰고자함도 아니다. 그렇다고 감귤 재배에 필요한 전문 기술은 전하는 글을 쓰고자 함도 아니다.
감귤나무가 해양과 대륙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그러다가 한 지역에 정착해서 찬란한 영광을 누리던 과정에서 빚어진 수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한다. 고대 인도와 중국에 자생하던 귤이 한국과 일본, 유럽과 아메리카 등지로 확산되는 과정을 추적해 보고 싶고, 베르샤유 궁전을 400년 넘게 화려하게 장식해서 '대원수'라는 호칭을 받았던 오렌지나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제주 4.3사건 당시 화염에 상처를 당하고도 여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귤나무도 소개하고 싶다. 또, 괴혈병으로 죽어가는 선원들을 살리기 위해 오렌지로 임상실험을 했던 의사의 인내와 노력도 전하고 싶고, 동서고금의 시인묵객들이 귤나무 꽃과 열매를 찬미하던 많은 작품들도 들여다보고 싶다.
또 근대 이후 감귤이 제주 땅에서 풍요의 꽃을 피우는 과정에서 눈물과 땀을 흘렸던 어른들의 애환도 돌이켜보고자 한다. 귤 재배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일본에 건너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고 기술 하나라도 더 익히기 위해 노력했던 선배들의 눈물어린 경험담은 물론이고, 육지의 시골에서 일거리를 찾아 제주로 들어와 귤 농장에서 척박한 땅을 일궜던 이주민들의 애환도 전하고 싶다.
시민기자로 간간이 글을 쓰면서 터득한 노하우는, 비록 졸필이라도 남이 쓰지 않는 소재를 찾으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귤나무에 얽힌 스토리들이 아직도 국내 혹은 제주에서 글쓰기 소재로서 크게 인정받지 못한 사실이 다소 안타깝지만, 그래도 내게 좋은 기회가 와서 한편으로는 반갑다. 위기에 처한 귤농사에 대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게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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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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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오른 제주 땅값, 귤 농사는 이제 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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