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든데, 얼굴은 웃어야 하고. '귀먹었냐'고 욕먹은 날에는 눈물이 막 터질 것 같은데 울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닦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추한 거다. 아이라인 다 번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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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리자들과의 충돌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관리자를 대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었다. 그들은 지나치게 엄격했다. 업무를 하러 가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잠깐 휴식할 공간이 없어서 화장실에 가 몰래 쉬어야 했다. 당시에는 악몽을 꾸면 꼭 관리자들이 나왔다."
- 관리자들이 어땠길래 그러나."용모 검사를 받기 위해서 출근 시간보다 10분 먼저 대기해야 했다. 손톱 검사하고, 립스틱 잘 발렸는지 확인하고, 머리도 정말 단정해야 했다. 머리카락이 조금이라도 삐져나와 있으면, 엄청 혼나기 일쑤였다. '이것 하나로 고객들은 우리 상영관을 고객들은 지저분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너 하나 때문에 우리 상영관 이미지 다 망칠 생각이냐'라고 혼냈다. 그러면 그냥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해야 했다. 웃긴 건, 그 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이 안 된다는 거다. 바쁜 날에는 용모점검은 건너뛰고 바로 근무에 투입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 여섯 시가 근무 시간이면 다섯 시 오십 분까지 준비 다 해서 출근하는 건가. 그 10분씩만 합해도 몇십만 원은 더 받았을 것 같다."맞다. 더 짜증났던 건, 단 1분만 지각해도 30분 지각한 걸로 처리된다는 거다. 29분 동안 근무한 건 받을 수 없는 돈이었다. 만약 1분 늦게 퇴근한다 해도 그 돈을 더 받을 수는 없는데 말이다. 한번은 23분인가 늦게 퇴근한 날이 있었다. 워낙 바쁜 날이었거든. 그때 일한 것도 못 받았다. 그런 돈을 제대로 받았어도 적어도 한 달에 2, 3만 원은 더 받지 않았을까."
-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시간, 근무하지만 근무기록표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 모두 '투명근무'인 셈이다."출근을 준비하는 시간조차도 그렇다. 일하는 곳이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버스도 1~2번은 환승해야 하고. 알바가 있는 날은 일이 오후 5시에 시작돼도 사실상 3시부터는 알바를 위해 준비해야 했다.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 1~2분 걸리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그러니까. 가면 사람들은 날 좋아하지도 않고, 일하는 거 힘들고, 진상에, 매니저에. 생각해보면 '어떻게 버텼지' 싶다. 영화관에서 일하지 않는 시간도 영화관에 메여 있는 느낌이었다. 어느 날은 퇴근하고, 같이 일하던 언니와 밥을 먹으러 갔다. 카드를 내고, 영수증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이 나오더라."
- 용모점검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옷은 어땠나. 어떤 멀티플렉스는 반소매만 있는 경우도 있다던데."반소매, 긴소매, 가디건이 다 있었지만 날씨와 별로 상관이 없었다. '고객들이 이때쯤이면 가벼운 의상을 원할 거야'하는 식으로 '알 수 없는 기준'이었다. 유니폼이 얇아서 손발을 바들바들 떨면서 일해야 했다. 스타킹도 마찬가지였다. '이날까지는 검은색 스타킹', '이날부터는 갈색 스타킹' 같이. 립스틱은 '사용할 회사 제품'까지 정해져 있었다. 그래도 남자는 용모에 관한 부분은 좀 나은 편이었다."
-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나는 부분은 뭐였는지도 궁금하다. 가장 많은 차이가 나는 부분은 화장이었을 것 같은데."그렇지. 남자는 화장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화장을 좀 대충하고 간 적이 있다. 매니저가 직접 파우치를 주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화장 제대로 해. 그런 얼굴은 아무도 안 보고 싶을 거다'라고 얘기했다. 거기다가 항상 웃으라고 하기까지. 그런 상태로 7시간 서 있는데 웃을 수 있겠나.
나중에는 얼굴이 그대로 굳어서 마비될 지경이었다. 내가 웃는 건지, 우는 건지 구분이 안 되었다. 화장만 그랬던 건 아니다. 매일 렌즈를 끼다 보니 눈이 너무 아팠다. 각막염에 걸려 눈이 시뻘개져서 눈물도 나고, 눈곱 끼고. 눈이 너무 아파 뿔테 안경을 쓰고 간 날에는 '미쳤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눈이 너무 아파서 썼다'고 했더니, '뿔테가 이만한데 그게 되겠냐'고. 남자들은 두꺼운 뿔테를 써도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
- 관리자들도 그렇지만, 진상 고객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였을 것 같다."가장 힘들었던 날이 있다. 매표를 맡은 날이었다. 영화 제목을 착각해 발권을 잘못했었다. 고객님께서 '야, 너 귀먹었냐?'라고 하더라. 때릴 듯이 손을 들면서.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봤다. 너무 놀랐다. '아, 나 또 일 못 한다고 뭐라고 하겠지' 싶어 창피하기도 하고. 그게 트라우마가 돼서, 나중엔 매표를 아예 맡지 않게 되었다. 그런 말을 들어도 알바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하다' 말고 없지 않나."'죄송하다'뿐이다. 그것도 웃으면서. 웃으면 또 '왜 웃느냐'고 욕먹기도 하고. 심지어 매니저한테 이런 얘기까지 들었다. 좀 엔딩이 슬픈 영화가 있었는데, 아직 영화 내용을 아직 모를 때였다.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라고 고객에게 인사하는데, '슬픈 영화인데 왜 웃느냐'고 하는 거다. 또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천만 관객의 물결, 그 최전선에 서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아프다."고객들에게 쌍욕을 들어도 할 수 있는 건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너무 힘든데, 얼굴은 웃어야 하고. '귀먹었냐'고 욕먹은 날에는 눈물이 막 터질 것 같은데 울 수가 없었다. 옆에 있는 분께 잠시 이야기하고 화장실에 가서 눈물을 닦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추한 거다. 아이라인 다 번지고, 그런데 곧 사람 몰릴 시간은 다가오니 나가야겠고. 그게 너무 싫었다. 그래도 다시 웃으면서 일해야지 어떡하나. '난 기계야'라고 생각하며 일했다."
- 인격적인 모멸감을 많이 느끼는 일이다."영화관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에, 스스로가 좀 달라졌다고 느낀다. 이상한 자격지심이랄까. 안 좋은 소리를 들었을 때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뭐라고 말하지 않으면, 깔보이는 것 같았다. 너무 화가 나서 부들거리고. 전에는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성격이 참 변했다. 사람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성격뿐 아니라 몸도 많이 나빠졌다. 새벽에 퇴근하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다른 알바를 가는 생활을 반복했으니까."
- 생활이 많이 망가졌을 것 같다."맞다. 살도 많이 쪘다.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배달음식 시켜 먹고, 늦게 자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건강도 정말 많이 나빠졌다. 그게 일을 그만두게 된 계기가 됐다."
- 얼마나 안 좋아졌길래."생리 끝나고 일주일이 안 된 때였다. 검은 피가 엄청 흥건했다. 처음엔 치질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었다. 너무 놀라서 산부인과에 갔는데, '혹이 큰 게 생겼다'더라. 안 좋은 위치에 생겨서 하혈이 심하다고 했다. 혹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너무 깊숙한 위치에 있어서, 기구 넣어서 빼는 건 또 안 되고.
무서웠다. 병원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안 좋은 경우엔 자궁을 들어내는 경우까지 있다"고 했다. '암', '수술',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미치겠더라. 아침에 피까지 봤는데. 너무 서러웠다. '그깟 돈 몇 푼 벌겠다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울면서 직장에 갔다. 결국 그날 매니저와 상담해 퇴사했다. 매니저도 좀 고민하더니, '인원 충원도 많이 됐고, 괜찮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 그래도 다행이었다."정말 다행이었던 건, 제일 무서운 바이저와 매니저가 안 나온 날이었다는 거다. 그날 있던 분이 제일 성격 좋은 분이 계셔서 그만둘 수 있었다. 알바해서 내가 500만 원 정도 모았었다. 7, 8개월 일해서. 그중에 120만 원이 통원치료비와 약값으로 날아갔다.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다시 무리해서 일하면 재발할 수도 있으니까."
- 걱정되겠다."글쎄, 잘 모르겠다. 차라리 '빨리 죽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1년 동안 일하고 또 아프면서 느꼈던 건,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은 최전선에 몰려 있다는 거다.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말 정도는 해도 회사에서 처벌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거라도 믿고 '손님, 이러시면 몇 조 몇 항에 의하여 처벌 받으실 수 있다'고, '죄송하지만 진정하고 말씀해달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이 정도만 말할 수 있어도 상처받는 일은 없을 텐데. 사람들이 알바를 막 대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 '무리한 요구도 들어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해도 항의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고, 기업이 알바를 '그렇게 대해도 되는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
- 마음이 아프다. 영화관에 가는 게 죄책감이 느껴지는 일이 되었을 것 같다. 나도 쿠키 영상(자막이 올라간 뒤 나오는 추가 영상)을 기다리기가 정말 미안하더라."정말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저 밑에서 '언제 나가나'하고 기다리는 시선이 느껴진다. 사실 나도 그랬거든. 빨리 청소를 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빨리 나가는 게 좋으니까. 히어로물 같은 경우는, 그냥 포기하고 들어갔다.
<킹스맨>이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상영할 때는 심지어 '왜 이런 영화를 만들어서 영화관 노동자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거야'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현실을 다 알고 있으니, 영화관에 가기가 너무 미안한 거다. 심야영화 보러 가기도 미안하고. 얼굴에 짜증과 힘듦이 서려 있는데, 그 심정을 너무 잘 아니까."
- 최근 <검사외전>과 <데드풀> 같은 영화들이 흥행하고 있다. 일할 때는 <어벤져스>나 <킹스맨>, <매드맥스>가 그랬을 것 같고. 일하는 입장에서, 이런 블록버스터들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짜증 난다. 그만둔 입장에서는 안 됐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영화들은 상영 횟수도 많은데, 무슨 30분 단위로 상영이 있고. 그런 걸 볼 때마다 대한민국 영화계에 대한 걱정도 들고, 알바들도 안 됐고. 무슨 영화가 천만 관객이 넘고, 흥행수익이 얼마나 되고. 그 수익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알바들이 눈물을 흘리는지 알까 싶다. 먼저 일했던 사람은 <명량>이 그렇게 힘들었다고 하더라."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궁금하다."원래는 사회운동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집에 경제인구가 나뿐이어서. 내가 그만두면 안 되니까. 집을 먹여 살릴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일단은 굶는 일 없이 살다가, 부모님 돌아가시면 나중엔 고양이랑 같이 사는 게 꿈이다."
영화는 수천억 수익, 영화관 알바 노동의 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