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 정문 앞에 있는 형평운동기념탑.
윤성효
진주시는 "임진왜란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을 되새기는 공간이 없다는 여론이 있다"며 "진주대첩의 역사성 제고와 호국충절 진주의 얼을 되살리고 첨단산업 문화도시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진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광장 조성사업 터 안에 형평운동기념탑이 있다. 이 탑은 1996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에 맞춰 시민 1500여 명의 성금으로 세워졌다. 이 탑은 일제 강점기 형평사 창립 축하식이 열렸던 옛 진주극장(현 J-시티) 앞에 세우려 했지만, 터가 좁고 땅값이 비싸 지금의 자리인 촉석문 앞으로 변경되었다.
최근 진주시는 형평운동기념사업회에 형평탑 이전을 요구했다. 그러나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형평탑을 이전할 수 없고 그대로 존치하거나 아니면 이전할 경우 '공원'을 조성해 줄 것을 진주시에 요구하고 있다.
"진주시, 의견 수렴과정이 충분했는가" 형평운동기념사업회는 29일 낸 성명서를 통해 형평탑 존치를 강조했다. 이들은 우선 진주대첩기념광장에 대해 "약 1000억 원 정도의 예산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사업 주체인 진주시가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문화체육관광부)나 경남도 예산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는 장어거리가 없어진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언제부턴가 진주성 앞 장어거리는 진주의 명소로 자리잡아온 것이 사실이다. 진주정신 근거의 하나인 형평운동기념탑이 쫓겨날 운명"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진주시에서 형평탑 이전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논리는 광장의 기본 콘셉트가 '비움'의 광장이란다. 그래야 진주성이 잘 보이고 남강유등축제나 개천예술제, 진주대첩제 등 대규모 행사를 치를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된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현재의 진주성 공간이나 시설로도 그런 행사를 치르기에는 충분하다. 새로운 시의 랜드마크를 조성하여 눈에 띄는 민선 시장의 업적을 쌓기 위한 이 사업에 '비움'이라는 콘셉트가 특정 상징물이 들어가야 한다는 여러 단체의 주장을 무마시키기 위한 명분용으로 이용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비록 외성이긴 하지만 수백년 동안 진주성 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백정들의 한을 달래주는 의미도 있었다. 어떤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은 원래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이 난다. 그것이 장소성이고 그 자체가 역사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의 형평탑은 성안에 들어갈 수 없었던 백정들의 피맺힌 한이 서려있고, 그것을 달래고자 한 진주시민들의 거룩한 뜻이 담겨 있는 것"이라며 "이 사업을 구실로 형평탑을 진주성 밖으로 내치는 것은 백정들의 영혼을 차별하는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