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동재개발지구폐허가된 재개발지구의 지붕 너머로 십자가 첩탑도 다 허물어져 버렸다. 가난한 이들을 보듬지 못하는 종교가 존재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거여동재개발지구 골목길에 서면 곳곳에 십자가 행렬이다. 그들은 그곳에 살던 이들이 하나 둘 떠나야만 할 때 무엇을 했던 것일까?
김민수
봄볕이 따사로운 만큼 그곳의 풍경은 괴기스러웠다.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에는 왜 이렇게 점집이나 사당이나 교회가 많을까?
어느 종교든 건강한 종교라면,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자들의 아우성과 부르짖음에 답을 주는 종교여야 하지 않겠는가? 과연, 그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한 것인가? 가난한 이들의 호주머니나 노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힘없는 이들은 다 떠난 마당에 자신들은 그곳에 종교부지나 하나 받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에 부아가 치민다.
그곳을 한 바퀴 돌고 난 뒤에 이번 봄이 마지막 봄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제 머지않아 가림막이 설치될 것이고, 포클레인이 쇠락한 거여동재개발지구를 초토화시킬 것이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이다.
그리고 그곳엔 이곳에 대한 추억이라고는 편린도 없는 이들이 남한산성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이다. 참으로 씁쓸한 봄날이다. 이런 상황은 대국민 테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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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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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딴 곳의 마지막 봄... 이게 진짜 '테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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