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행진 분수대.사람이 모이면 음악을 즐기는 룩셈부르크 인들의 특성이 나타나 있다.
노시경
'양들의 행진'이라는 뜻의 청동 조각상 '하믈스마치(Hämmelsmarsch)'는 1937년에 만들어졌다. 이 청동 조각상에는 3명의 악사들이 익살스럽게 악기를 연주하고 있고 두 명의 어린이는 우산을 쓰고 있으며 그 주위를 양들이 걷고 있다.
음악을 즐기는 룩셈부르크인들이 축제의 행렬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이다. 사람들을 둘러싸듯이 걷고 있는 이 조각상의 양들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룩셈부르크에 있었던 양 파는 시장의 양들을 상징한다. 현재도 룩셈부르크의 축제를 시작하는 상징으로 양들이 행렬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양의 표정에서 장난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런데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악사의 가운데 손가락이 곧추 세워져 있어서 웃음을 자아낸다. 자세히 보면 악기를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게 손가락이 들려 있다. 이 동상을 만든 작가가 동상 제작 당시 의견이 맞지 않았던 정부 사람들을 향해서 이 손가락 욕을 했다고 룩셈부르크 사람들은 믿고 있다. 룩셈부르크인들의 음악사랑 뿐만 아니라 익살이 함께 느껴지는 재미있는 청동상이다. 시내의 번화가 한복판에 이런 동상을 버젓이 세운 그들의 여유가 놀랍기만 하다.
나는 '양들의 행진' 분수에서 뤼 드 포세 거리(Rue du Fossé)를 따라 계속 남쪽으로 걸어갔다. 뤼 드 포세 거리 끝에 룩셈부르크 구시가 어디에서나 보이는 성당의 첨탑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당에 거의 다 와서 머리를 들어 올려다보니 높고 높게 세워진 첨탑의 맨 위에 조그마한 새 모양의 앙증맞은 풍향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양들의 행진' 분수와 같이 성당 장식물에도 룩셈부르크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져서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