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을 지나는 도보순례단
권말선
마침 하루 전 날인 22일(월)은 대보름날이어서 달집을 태우고 오셨다는 분들이 꽤 되었다.
"우리 도보순례단은 들불을 놓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들불이 먼 곳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어느새 들녘을 싹 태우고 있습니다. 우리 순례단 발걸음이 멀리서 보면 아주 미약해 보이나 지금 지역 곳곳에 이대로 살 수 없다는 저항의 불길을 확 일으키고 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들판에 병균들 싹 없애고 우리가 이기는 세상 곧 옵니다."김영호 전농 의장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 발 한 발 더 열심히 걸어야겠다 싶다.
생각해보면 도보순례단의 행렬이 길었던 적도, 또 짧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 속에는 언제나 민중세상 만들어야 살 수 있다는 비장함이 있었다. 동학농민의 격전지 우금티고개를 넘으며 122년 전 이 고개를 농민들이 넘어섰더라면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농자천하지대본의 세상을 이루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외세의 총알에 스러져 누운 사람들의 외침이 오늘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제는 뚫고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싶다.
비교적 짧게 걸은 적도 있었고 먼 거리를 걸은 적도 있었다. 보성에서 서울까지 비통함이 서린 길이 아닌 한라에서 백두까지 벅찬 감동으로 걸어 볼 날을 그려보기도 했다. 백남기 농민의 염원처럼 '민주화'가 아름답게 꽃 핀 세상, '도라지' 한 바구니에도 함박웃음 지을 수 있는 날이면 '백두산'까지 걸어서 갈 계획에 마음 편히 들떠 볼 수 있을까?
이웃집 아이의 이름을 '신고구려'라고 지어 주셨다 한다. 백남기 농민의 염원은 단순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오늘 이렇게 길 위를 걷는 사람들의 염원은 그들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참된 평화와 행복을 누구나 골고루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우리 후대는 사회적, 인간적 모순 속에 살지 않도록 하자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