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법 교양서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도서출판 풀빛
책 속에서 김 전 대법관은 '오늘날 사람들은 법이 자신들의 생각을 제대로 반영해 주지 못한다면 결코 지키려 하지 않고 마지못해 지킨다 하더라도 법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썼다. 사람들이 가진 상식을 법이 잘 반영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강조하는 게 '열린 법'. 김 전 대법관은 "법은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열려 있고, 사법부에서 판결을 하는 과정에서도 열려 있어야 한다. 닫혀 있으면 집행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동떨어진 법을 만들게 되고, 집행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정확하고 풍부한 자료를 참고하여 열정적인 토론을 한 끝에 찾아내 가는 수밖에 없다'고 김 전 대법관은 말한다. '법은 입법기관이나 사법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라면서.
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할 동안, 국회 밖에서는 시민들이 '로드 필리버스터'를 하고 나섰다. 김 전 대법관의 열린 법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김영란의 법 이야기>는 김 전 대법관이 경험한 판례들과 청소년이 한 번쯤 접했을 법한 <돈키호테> <동물농장> 등의 소설과 영화에서 내용을 빌려 법의 기원과 법의 가치, 법치주의 실현에 대해 조근하게 설명해준다. 쉽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책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는 말이 허투루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다. 청소년들만이 '아닌' 부모들과 함께 읽길 바라는 것은.
마침 타이밍도 좋다. 며칠 간에 걸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지켜보며 테러방지법이 무엇인지, 나아가 법이 무엇인지에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으니 말이다. 온 가족의 교양서로, 중고등학교 보충 교재로도 활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 소개글을 일부 옮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전문적이고 어렵기 때문에 내가 알 바 아니고 알 수도 없는 것이 법이라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깨고 싶은 욕심이다. 법 조항이 어려울 뿐, 법이 가진 상식과 철학은 우리 일반인의 상식이고 법이 존재하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이며 국회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한 법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가 법의 주인이다.'이와 같이 법은 상식이어야 한다. '국정원을 위한 법'(관련기사 :
필리버스터 부른 테러방지법이 '악법'인 까닭)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테러방지법' 직권 상정을 야당이 온 몸으로 막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김 전 대법관은 '악법'에 대해 이날 북토크에서 이렇게 말했다.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법이 대표적인 악법이라 할 만하다. 지배계층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세력이 없을 때 악법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보급판) - 법치주의와 정의를 돌아보다
김영란 지음,
풀빛,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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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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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의 주인은? 김영란 전 대법관이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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