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혁신학교의 결석 관련 징계 규정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자율과 협력 속에 새로운 교육의 가치와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유명한 학교들도 이것만큼은 다른 학교들과 다를 게 없다.
임정훈
학교에서 무단결석은 학생의 보호와 치유 혹은 돌봄이나 배려가 필요한 원인 행위로 간주하지 않는다. 단언컨대, 대한민국에 그런 학교는 한 곳도 없다. 이는 학교들의 아주 오래된 습성이며 규칙이다. 대한민국 학교에서 무단결석은 내신 성적 감점과 징계의 근거이다.
심지어 "정당한 이유없이 결석이 잦은 자"를 고등학교 과정에서 퇴학이라는 죄명으로 학교에서 내쫓을 수도 있도록 법률(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1조)로 정해 놓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 과정이므로 퇴학은 불가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의 징계를 한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중고교들은 무단결석과 관련해 결석한 날짜에 따라 학생들을 단계적으로 징계·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훈계-학교 내 봉사-사회 봉사-특별교육이수-출석정지-퇴학'에 이르는 단계별로 징계를 할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 규정을 적용해 많은 학생들이 징계를 받았거나 학교에서 쫓겨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자율과 협력 속에 새로운 교육의 가치와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유명한 학교들도 이것만큼은 다른 학교들과 다를 게 없다. 무단결석은 곧 징계의 다른 이름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기로 하자. 교육부가 제시한 대로 3일 이상 무단결석한 학생이 있다. 학생이 가출했다고 한 것은 부모의 말이고 가출한 학생은 연락이 안 닿는다. 그렇다면 3일을 기준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학생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소홀히 하면 사고가 생겼을 경우 세간의 비난과 책임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는 적극적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것이다.
경찰이 바로 학생을 찾았고 무사히 학생은 가정과 학교로 돌아왔다. 그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는데 현실 상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순한 가출로 인한 무단결석이었기 때문에, 학생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돌아왔기 때문에 가출과 무단결석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규정이 그렇다.
무단결석 학생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내용을 담은 학교 규정 같은 건 아무 데도 없다. 가출과 무단결석의 원인이 된 학생의 마음을 살피거나 다른 상황을 돌아보고 안정적으로 가정과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따위는 없다.
그나마 마음 넓은 담임교사를 만난다면 가벼운 징계를 피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지만 다시 또 가출과 무단결석을 하면 더 큰 벌을 받게 된다는 엄포 아래 문제아 낙인과 함께 징계를 받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게 현실이다. 무단결석에 따른 출결 사항에서 내신 성적 불이익을 받는 이중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이 무단결석으로 대한민국 학교에서 벌어지는 실제상황이다.
결석생의 회복과 치유를 위한 규정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