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3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에 기여한 관계자들을 위한 환영 연회를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과 일본은 이미 지난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정부 간 회담을 갖고 '조일국교정상화'에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의 배경은 대략 북한은 일본과의 경제협력으로 경제난을 개선하려는 목적, 그리고 한미일의 삼각동맹을 흔들어보려는 목적으로 해석되며 일본은 피랍 일본인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피랍 일본인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원래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납북자 문제 이슈로 입지를 크게 넓힌 정치인이다. 아베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임 초부터 북한에 특사를 파견하는 등 관계개선 정책을 추진했다. 조일 국교정상화 합의는 이 같은 흐름에서 이뤄진 것이다.
이후 2014~2015년 피랍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물밑 협상이 수차례 진행됐다. 이 협상은 불과 두어 달 전인 지난해 12월경까지 계속 이어졌다(아사히신문 보도). 그사이 북한은 북한 내의 일본인 현황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기관인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고, 일본은 이 위원회가 설치되던 당일에 인도적 목적의 북한 선박 왕래 등을 허용하는 등 제재조치를 일부 해제했다.
그러던 중에 올해 초 북한의 수소탄 시험과 위성발사 등이 불거지고 동북아 정세가 강경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면서 논의의 진전이 멈췄다. 만약 향후 대화국면이 열린다면 피랍 일본인 문제를 완결 지으려는 일본의 의지가 마중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한국도 '북핵의 끝장타결이 없다면 대화도 없다'는 초강경 태세로 중무장해 있는 지금, 피랍 일본인 문제에 대해 일본이 장기전으로 갈지 조속한 해결을 시도할지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동북아 정세가 달려 있다.
이렇게 본다면 박근혜 정부가 사드와 개성공단 폐쇄를 선택하는 순간 이미 북한 문제 논의의 주도권은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는 북한의 붕괴 혹은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 등으로 체제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만 가능하다. 이것은 국내 종북세력의 주장이 아니라 6자회담에 참여하는 미, 일, 중, 러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들도 북핵 폐기는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과제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6자회담 역시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목적이 아니라 핵기술의 진전을 막고 상황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지금 당장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보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는 북한문제의 여러 개념 자체를 알지 못한다는 증거다.
정부 조직이 사령관의 명령을 일사불란하게 수행하는 군사조직화 되어 있다는 증거다. 또한 정부 내의 전문가들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조언 자체가 봉쇄되어 있다는 증거도 된다.
박 대통령은 북한을 뺀 5자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5자회담은 북핵 상황관리를 논의하는 틀이 아니라 제재 방법과 수위를 논하는 틀이다. 5자회담을 하자는 말은 이제 관리를 포기하자는 말과 다름없는 말이다.
북핵문제의 유일한 다자간 논의 틀로서 이어져 오던 6자회담 체계를 사전협의도 없이 갑작스레 제재의 틀로 바꾸자고 하니 주변국들로선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찬성 입장을 밝힌 미국도 아마 겉과 속은 달랐을 것이다.)
사드배치나 개성공단 폐쇄 같은, 파급효과와 의미에 대해 깊은 고민이 전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좌충우돌식 즉흥 대응이 나오는 배경은 무엇일까.
함량미달 대통령, 표류하는 대북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