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교수와 함께 맛본 막걸리와 닭요리.
허시명
그에게 좋아하는 것을 물었더니, 한국인, 한국 음식 그리고 막걸리를 꼽았다. 한국인은 인정이 넘쳐 좋다고 했다. 맥주는 배가 부르고 가스가 차는데, 막걸리는 많이 마셔도 속이 편해서 좋다고 했다. 우리의 눈길은 막걸리 진열장으로 향했다. 진열장 안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다양한 막걸리들이 도열해 있었다. 척 교수는 한국말이 서툴지만, 한국말로 소통하려고 애썼다. 까다로운 표현은 동행한 탁 교수가 통역을 맡았다. 어떤 막걸리를 선택하더라도 꺼리지 않을 만큼, 척 교수는 다양한 막걸리에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선택한 막걸리는 경상북도 봉화군 법전 양조장에서 빚은 청량주였다. 퇴계 이황이 머물기도 했던 청량산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청량주에서는 막걸리의 특징 중 하나인 청량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떤 막걸리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척 교수는 인천의 소성주와 삼양춘을 꼽았다. 그는 애향심 가득한 인천 사람이 돼 있었다. 마침 '숨은골목'에도 소성주가 있었다. 소성주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척 교수는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미 소성주의 맛에 익숙해져 있었고, 그 맛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소성주 제조장도 가봤는데, 건물만 보고 내부는 구경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언제든지 집 앞 단골식당 '일구네'에서 소성주를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소성은 인천의 옛 이름이다. 소성주는 부평에 있는 인천탁주합동제조장에서 만든다. 소성주는 부평을 경계로 해 서울 장수막걸리의 유통을 방어하면서, 인천의 대세 막걸리로 군림하고 있다. 숨은골목의 주인도 소성주 매력에 말을 보탰다. 냉장고에 오래 보관해도 군내와 잡내가 안 난다고 했다. 다른 막걸리들은 맛이 빨리 무너지는데, 소성주는 보존성이 좋고, 맛이 더 깊어진다고 했다.
스페인 사람들과 닮은 한국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