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권 겉그림
삼양출판사
'리츠와 리츠의 동생 루카와 셋이서 데이트를 했다. 내가 만나 보고 싶다고 해서 리츠가 데려와 줬다. 장래에는 리츠처럼 될 것 같아. 리츠랑 결혼하면 이런 아이가 태어날까? 리츠는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아.' (5∼6쪽)언제나 사랑을 고운 이야기로 빚는 오자와 마리 님 만화책 <은빛 숟가락>(삼양출판사,2015) 아홉째 권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오자와 마리 님이 이야기로 빚는 사랑은 여러 갈래입니다. 가시내하고 사내 사이에서 짝을 맺는 사랑이 하나 있을 텐데, 오자와 마리 님은 가시내하고 사내 사이를 맺는 사랑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언제나 이 둘 사이에 '아이를 바라보는 사랑'하고 '아이가 어른한테 나누어 주는 사랑'을 함께 엮습니다. '아이들이 손수 짓는 사랑'에다가 '온누리에 고운 숨결이 흐르도록 북돋우는 사랑'을 나란히 엮어요.
만화책 <은빛 숟가락>은 '사랑을 담아서 짓는 밥'을 한복판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모든 기쁜 자리에는 '함께 밥상맡에 둘러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랑'이 있다는 줄거리를 만화로 보여줍니다. <은빛 숟가락> 아홉째 권에서는 '아이를 돌보지 않고 버린 어머니'가 낳은 두 아이가 엇갈리는 이야기가 흘러요.
한 아이는 어느덧 스물을 넘긴 젊은이로 자랐고, 다른 한 아이는 이제 여덟 살로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한 아이는 어릴 적에 '버려진 아이'가 되어 다른 집에서 거두어들여서 자랐어요. 다른 한 아이는 버려지다시피 지내다가 '의젓하게 자란 친형(친형도 버려진 아이)'이 나중에 이 아이를 알아채고는 '새어머니가 따스하게 보듬어 준 보금자리'로 데려와서 함께 지내려 하지요.
"그럼 왜 엄마가 아닌 사람이 왔어?" "바보야, 엄마는 일하러 간 거야. 그치?" "으, 응." …… '고마워, 쇼!." "아냐. 우리 집도 할머니가 오셨거든." (23쪽)
"있잖니, 루카. 아줌마는 네 형의 엄마니까 너도 엄마라고 불러도 된단다. 아줌마는 루카의 또 다른 엄마인 셈이니까. 부르고 싶어지면 언제든 불러도 돼." '그치만, 그치만 나한테는 엄마가 있는걸.' (27쪽)의젓한 젊은이가 된 아이(리츠)한테는 새어머니도 어머니요, 저를 낳은 어머니도 어머니입니다. 아직 여덟 살인 아이(루카)한테는 저를 내버리다시피 하는 어머니만 어머니요, 친형(리츠)을 보듬어 준 분은 새어머니도 어머니도 아닌 아줌마입니다.
의젓한 젊은이가 된 아이한테는 새어머니뿐 아니라 새어머니가 뒤늦게 낳은 두 아이가 함께 있어요. 아직 여덟 살인 아이한테는 뒤늦게 만난 친형하고 친형네 식구가 있지만, 제(루카)가 '저를 버리다시피 한' 집에서 나오면 그 집에는 '저를 낳은 어머니'가 혼자 덩그러니 있고 만다는 대목을 늘 생각합니다.
새어머니가 저를 낳은 어머니인 줄 알고 고등학생 나이까지 자란 뒤에, 친어머니를 찾고 새어머니가 어떻게 저를 거두어서 돌보았는가 하는 대목을 나중에 듣고 안 아이(리츠)는 오래 마음앓이를 한 끝에 새어머니를 어머니로 여기고, 옛 어머니(저를 낳은 어머니)가 낳기는 했어도 돌보지 않는 아이(동생 루카)가 '따스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기를 바라면서 새어머니네 보금자리에 품고 싶습니다.
"뇨키는 만들기 어려워?" "오늘 너도 같이 만들었잖아."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전부 말야." "너 혼자서? 아직 부엌칼이나 불을 쓰긴 어려워." "어렵지 않아. 이제 1학년인걸?" (87쪽)"아예 우리 집 아이 해라. 네가 없으면 쓸쓸한걸!" "카나데 누나. 그치만, 카나데 누나한테는 형이랑 시라베 형이랑 아줌마가 있지만, 엄마한테는 나밖에 없어." (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