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최근 개성공단 폐쇄 이후 중국과 동남아 일대의 북한 식당들이 한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며 ‘외화벌이에 혈안’이 돼 있는데도 한국 손님들로 북적인다고 연달아 보도했다.
KBS화면
내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가 운영하는 베이징의 북한식당 '해당화'에 처음 가본 것도 1996년경이었다. KBS 기자들은 나보다 시력이 좋거나 시각이 좋은 모양이다. 그 뒤로도 베이징에 갈 때마다 북한식당을 여러 번 갔지만 나는 '외화벌이에 혈안'인 종업원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중국의 한국인 술집에 비하면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은 순진하기조차 했다.
그런데 KBS는 북한식당의 외화벌이를 "수십 배 바가지 술값에, 온갖 불법이 횡행하는", 그래서 순진한 한국인들이 가서는 안될 곳처럼 고발했다. 또한 전세계의 북한식당을 세어보기라도 한 듯이 "중국과 러시아 등 전세계에 130군데, 캄보디아에만 일곱 군데를 운영 중인데, 전세계 북한 식당이 평양에 보내는 '충성자금'은 해마다 3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나는 이런 수치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해외 운영 중인 북한식당 현황'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10여개국에서 120여개(파견인력은 3,000여명)의 외화벌이 식당을 운영 중이며 매출액은 연간 2,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연간 순이익은 500~1,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취재원이나 기자가 매출액 2,000만 달러를 3,000만 달러로 과장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회계상으로 이치가 맞지 않다. 순이익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이 아니고 매출액을 다 본국에 송금하면 식당은 도둑질이라도 해서 운영한다는 말인가. 또 해외 북한식당은 개인사업체가 아니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일종의 국영식당인데 국정원 보고서에도 없는 '충성자금'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KBS는 "낮에는 식사로 밤에는 공연으로 외화를 버는 북한식당에는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된 와중에도 한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100개에 이르는 중국의 북한식당들이 한국인 손님들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어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도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곡들이고, 관광객들은 함께 박수 치며 춤도 춘다"고 보도해 북한식당에 가는 한국인들은 '비국민'인 것처럼 금기시했다.
정부, 재외공관과 여행업계에 '북한식당 자제' 공문아니나 다를까, KBS의 '확성기' 보도가 잇따르자 외교부와 통일부는 재외공관과 여행업계 등에 공문을 보내 '북한식당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사실 정부가 민간인의 해외 북한식당 방문을 막을 근거는 없다. 그러나 여행업계는 정부의 사실상의 방문 금지 요청을 적극 수용해 북한식당 방문을 여행상품에서 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방송 KBS'가 앞장서니 국가기간통신사라고 가만 있을 리 없다. <연합뉴스>는 17일 ①북한 해외파견 근로자 번 돈도 당으로 간다 ②북한 해외파견 근로자 '현대판 노예'인가 ③북한 근로자 파견제한, 대북제재에 포함될까 ④북한 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 인터뷰 등 네 꼭지를 '김정은의 돈줄'이라는 기획기사로 쏟아냈다. 국영방송과 국영통신의 '충성경쟁'을 보는 듯하다.
KBS는 2002년 6월에만 해도
'남북이 하나된 옌볜의 북한식당'이란 제목으로 달라진 북한식당의 풍경을 이렇게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