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의 일정표 아래에 있는 '메모'. 안대희 당시 대법관과의 골프 일정이 기재돼 있다.
구영식
"김경희 이사장이 언론계와 법조계를 특별관리했다"동문회장, 교수 등 건국대 관계자들을 제외할 경우 골프 리스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사는 언론인들이다. KBS와 SBS,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 유력 언론매체 고위인사들이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이들은 정계·관계 인사들보다 더 빈번하게 골프 리스트에 등장한다. 이는 그만큼 김 이사장이 언론을 '특별관리'해왔음을 방증한다.
골프 리스트에서는 김인규 전 KBS 사장, 윤세영 현 SBS 명예회장, 김진원 현 SBS 사장, 하금열 전 SBS 사장, 이남기 전 SBS 부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장대환 <매일경제> 회장,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 김창기 조선일보뉴스프레스 사장이 눈에 띈다.
언론사 고위경영진뿐만 아니라 <중앙일보>의 박보균 전 편집국장, 김진·양영유 논설위원, 강갑생 피플&섹션부장, <연합뉴스>의 고승일 전 정치부장과 정천기 전 문화부장, <헤럴드경제>의 정재욱 전 편집국장, <월간조선>의 최병묵 편집장 등 편집국 고위간부들도 골프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건국대의 한 관계자는 "김경희 이사장이 SBS,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노조나 교수협의회가 김 이사장과 싸우는 4년 동안 단 한번도 김 이사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이사장은 언론계와 법조계 관리에 상당한 힘을 쏟았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 김종중 삼성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전 삼성정밀화학 사장), 강병직 전 삼성에버랜드 부사장(전 삼성전자 상무), 황수 전 GE코리아 사장, 서영태 전 현대오일뱅크 사장, 이봉관 서희그룹 회장, 김순진 놀부NBG 회장, 박형순 전 보잉코리아 홍보상무 등 재계인사들도 골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강병직 전 부사장은 건국대에서 개발한 고급 주상복합단지 '더클래식500'의 사장을 지냈다.
그밖에도 김영식 전 교육부 차관과 구자문 전 인천시교육청 부교육감, 이심 대한노인회 회장, 윤은기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 김우석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조래원 전 육군 헌병감 등도 김경희 이사장과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구자문 전 부교육감은 지난 2011년 교육부 대학지원실장 시절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지시에 따라 중앙대 본교와 분교 통합을 승인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지난해 4월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골프가 단순한 친교였겠나?"... 석좌교수도 로비통로?서울동부지방법원은 김경희 이사장의 횡령·배임혐의 사건 1심 판결문에서 "김 이사장이 건국대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친 동반자들은 건국대 동문 출신의 사회 유력인사들, 전·현직 국회의원, 언론인들, 기업인들, 건국대 교수나 임직원들이다"라며 "김 이사장이 건국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향상시키거나 신설 골프장을 홍보하는 한편 골프장 운영 및 관리 등에 대한 조언을 듣거나 건국대 동문들과의 단합, 건국대 학교관계자들의 사기 진작, 격려, 친목 도모의 목적 등 건국대를 위하여 건국대 골프장을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이는 김경희 이사장 등 학교 측의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된 판결내용이다.
하지만 건국대 재단 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골프를 친 인사들이나 석좌교수로 모신 분들의 면면을 보라"라며 "과연 (골프를 친 것이) 단순한 친교였겠나? 로비였겠나? 단언할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로비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인사는 "학교 구성원들은 '현직 고위판사들을 상대로 한 김 이사장의 로비나 특별관리가 힘을 발휘해서 결국 김 이사장이 원하는 대로 선고된 것 아니냐'며 사법에 불신과 의혹을 보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재단 이사를 지낸 인사의 지적처럼 골프뿐만 아니라 석좌교수 제도가 로비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임용된 석좌교수는 총 30명에 이른다. 로스쿨 석좌교수가 5명(김성호·박희태·안대희·이철송·송인준)으로 가장 많다. 일반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된 인사들(박영수․조영곤)까지 합치면 상대적으로 '검사출신'이 많은 편이다.
특히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과 조영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김 이사장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을 때 석좌교수로 영입한 경우다(2014년 3월-2016년 2월). 교육부가 242억 원의 업무상 새임·회계비리, 수억 원의 재단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김 이사장과 김진규 전 총장을 고발했지만 검찰은 김 이사장의 8가지 혐의 가운데 3건만 기소함으로써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게다가 검찰은 1심 재판 중에 김 이사장이 골프접대한 인사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바꿔야 한다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의심을 샀다.
감한길 의원(정치대학)과 박상희(경영전문대학원)·김진표(행정대학원) 전 의원, 김종인 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상경대학), 김동신 전 국방부장관(산업대학원), 이천수 전 교육부 차관(교육대학원), 안광찬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실장(산업대학원), 김조원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경영전문대학원) 등 정계·관계 유력인사들도 석좌교수에 임용됐다.
건국대의 또다른 인사는 "학교발전에 꼭 필요한 사람들을 석좌교수로 모셔오면 이해할 수 있는데 임용된 석좌교수들 가운데 (김 이사장의) 개인 비리를 보호해줄 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라며 "이들은 강의도 하지 않고 월 300만 원씩 받아간다"라고 말했다.
[반론] 양건 전 감사원장쪽 "그런 적 없다" |
양건 전 감사원장쪽이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과 골프친 적 없다"라고 밝혀왔다.
양 전 감사원장의 제자라고 밝힌 김래영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20일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양 전 감사원장은 김경희 이사장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또 골프를 치지 않았다"라며 "비록 공소장, 판결문 등을 분석하였다고 하나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김경희 이사장의 일정표와 검찰 공소장, 법인카드 내역 등을 분석해 양 전 감사원장이 지난 2011년 5월 김 이사장 등과 골프를 쳤다고 보도했다. 한양대 법대 교수 출신인 그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3년 8월까지 감사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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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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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대법관 감사원장도 그녀와 골프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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