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고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책 <은수저>. 13권까지 번역되었다.
학산문화사
참말로 마늘은 가을볕이랑 겨울볕이랑 봄볕을 가득 받고서 자랍니다. 마늘뿐 아니라 마늘쫑에도 가을부터 봄까지 흐른 고운 볕살이 가득 깃들어요. 비닐이나 랩에 담겨 가게에 놓인 상품인 마늘이나 마늘쫑이 아니라, 볕을 먹고 비를 마시며 바람을 머금은 마늘이나 마늘쫑이지요. 우리가 마늘을 먹을 적에는 마늘에 깃든 볕을 함께 먹고, 밥 한 그릇을 먹을 적에도 쌀알에 담긴 바람하고 빗물을 함께 먹어요.
일본 홋카이도에서 축산 일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만화를 그린다는 아라카와 히로무라는 분이 빚은 만화책 <은수저>(학산문화사)는 한국말로 13권까지 나왔습니다. 이 만화책은 '농업고'를 다니는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와요. 한국에서는 시골에서 농업고가 사라져요. 농업중은 거의 찾아볼 길이 없어요. 초등학교를 '농업초'로 새로 바꾸려 하는 곳은 아마 없으리라 느껴요. 숲유치원은 있지만 숲초등학교나 숲중학교나 숲고등학교, 나아가 숲대학교로 배움자리를 새로 보듬으려고 하는 손길도 아직 거의 없어요. 만화책 <은수저> 2권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소는 왠지 친근하게 구네." "늙은 소들뿐이라 사람을 잘 따라." "늙은 소?" "엄마가 하나하나 개성을 파악해서 귀여워하며 기르니까, 웬만한 일로는 소를 처분하지 않거든." (116쪽)오늘날 한국에서 '소 농장'을 하는데 웬만한 일로는 소를 잡지 않는 집은 얼마나 있을까요? 소 한 마리 한 마리를 살뜰히 여기면서 돌보는 손길로 소젖을 얻으려는 집은 얼마나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