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토의 아름다운 절경이다. 해안가 절벽과 푸른 바다, 아름다운 도시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전갑남
여행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습니다. 멋들어지게 <산타 루치아>를 이탈리아어로 부릅니다. 노랫소리에 잠이 확 달아납니다. 그는 이어서 이탈리아어로 <산타 루치아>를 배워보자고 합니다. 그의 노래 솜씨에 홀린 일행들은 박수로 호응을 합니다. 아내는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을 우리말로 적기에 바쁩니다.
'솔 마레 루치카 / 라스트로 다르 젠토 / 플라치다 에 론다 / 프로스페로 엘 벤토 / 베니데 알라지엘 / 바르케타 미아 /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모두 즐겁게 따라 부릅니다. 나도 아내가 메모한 것을 보고 따라 부르는데 감각이 떨어집니다.
"누가 한번 불러볼까요? 곡은 다 아실 테고. 기왕 이태리어로 불러보세요."서로 얼굴만 쳐다보는데, 뒷좌석 아주머니가 자진해서 손을 듭니다. 이탈리아어를 전공한 분처럼 멋지게 부릅니다. 모두 박수로 답합니다. 아내도 가이드가 지명하자 기다렸다는 듯 마이크를 잡습니다. 발음은 좀 어색하지만 성가대에서 쌓은 노래 솜씨를 발휘합니다.
음악은 사람 사이를 가깝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부른 이탈리아 가곡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킵니다. 학창 시절 불렀던 노래를 나폴리 가는 길목에서 부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산타 루치아>는 나폴리의 수호신이라고 합니다. 나폴리 해안에도 '산타 루치아'라는 이름이 있어 나폴리하면 <산타 루치아>가 떠오릅니다. 가곡 <산타 루치아>는 이곳 나폴리에서 태어난 테오도로 코트로가 1850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노래를 부르면 한 뱃사공이 황혼에 물든 나폴리 앞바다를 유유자적 떠나는 광경이 한 폭의 그림으로 연상됩니다.
소렌토의 아름다운 절경함께 부른 노래 분위기에 고조된 가이드가 이번엔 CD음악을 틉니다.
"이탈리아 가곡 중 생각나는 게 또 있죠? <돌아오라 소렌토로>! 다 아시죠? 지금 가고 있는 소렌토 언덕에 서 보면 왜 '돌라오라' 했는지 느끼실 겁니다."노랫말의 설명을 들으며 귀에 익숙한 노래를 눈을 감고 감상합니다. 소렌토가 얼마나 아름다우면 돌아오라 했을까? <돌아오라 소렌토라>는 에르네스토 데 쿠르티스가 1902년 '피에디그로타 가요제'에서 발표한 명곡입니다. 소렌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면서 떠나가는 애인에게 '잊지 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나니 곧 돌아오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폼페이에서 얼마나 달렸을까? 오전 내내 오락가락하는 비가 그쳤습니다. 아름다운 선율의 가곡이 마음에 닿아 지루함을 덜었습니다.
우리는 소렌토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언덕에 도착합니다. 언덕은 나폴리만의 끝자락에 위치한 그야말로 절벽입니다. 운전기사는 좀 더 좋은 위치에서 소렌토를 관망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참 고맙습니다.
차에서 내린 우리 일행들은 탄성부터 쏟아냅니다.
"야! 이렇게 푸른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 정말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네!""숨이 멈출 것 같은 절경은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야!"바다가 아름다움을 뽐내면 이 보다 더할 수가 있을까요? 아내는 다른 말이 필요 없다는 듯 노랫말을 연발합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소렌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