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을 수 없다"용혜인씨가 지난 2014년 5월 3일 오후 마포구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가만히 있으라'가 적힌 손피켓과 국화꽃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최소비용 최대이윤'은 그들이 평생을 부르짖는 구호이자 실천이념이다. 그들 이념의 모순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참모습을 드러낸다. 비용을 절약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배의 안전을 소홀히 한 세월호는 침몰하고,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정권은 책임을 회피하며 공권력을 동원해 유족들을 막아섰다. 야당은 조용했다. 사람들의 마음은 막혀버렸고, 상처는 마음속에 갇혀 곪아가고 있었다. 용기 있는 한 청년의 작은 글 한 편이 없었다면 이들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가 체념하고, 자괴감과 우울증에 괴로워했을 것이다.
25살 용혜인씨는 대학교에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한국의 흔한 청년이었다. 안산시에서 거주했던 그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세월호 참사를 보며 마음 아파하며 괴로워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용혜인씨는 한동안 넋을 놓고 살았다. 몇몇 친구들과 세월호 참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용혜인씨는 더 많은 사람들과 슬픔을 나눠보자는 생각에 청와대 게시판에 한 편의 글을 올린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은 그렇게 시작됐다.
5월 18일, 누군가를 추모하는 것이 그렇게 큰 죄가 되는 일이었을까?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추모행렬을 가로막았다. 시대는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려는 이들에게 말했다. "그건 너희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인간성. 그날 우리는 거리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 추모행렬을 이어갔다. 그리고 모두 공권력에 의해서 질질 끌려갔다. 우연히도 그날은 광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던 날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세월호 특별법 국면에서 야당은 유족들에게 전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왜 유족들의 참여는 배제되어야 했을까? 그들은 유족들이 할 일은 슬퍼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왜 그들만 정치와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참여할 수 없는 것인가? 정치는 '그들'의 것이었다.
달라지지 않는 그들의 정치시간이 흘렀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억은 옅어져 갔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슬프게도 그들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규제 완화를 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더욱 커졌고, 비용을 절감하여 기업을 살리고자 하는 행동은 또다시 이어졌다. 지난 1월 22일 정부는 '노동개혁 양대지침'을 발표했다. 요지는 쉽게 해고하고, 중년들이 양보하게 하여 청년들의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는 '비정규직양산법'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파견근로자보호법안으로 불리고 있는 이 법안은 비정규직의 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이 내용이다. 이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동자들을 기득권 세력으로 지목했고, 경제 살리기 입법촉구 범국민 서명운동에 직접 서명하면서 국민 부름에 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기업활력제고법이 국회에서 223명 중 17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고, 야당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하여 인재영입에 정신이 없다. 그들의 정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수레바퀴 아래에 있는 우리들의 정치우리들의 정치는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가? 사실 우리들의 정치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거리에서, 바닥에서, 하늘에서 우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외쳤고, 소통했고, 투쟁했다. 수레바퀴 아래에서 깔려 죽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저항은 용혜인을 만들어냈다. 이제 그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 혹자는 "너희도 결국 그들과 같다"라고 비판한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권력을 원하느냐고 묻는가? 그렇다. 우리는 권력을 원한다.
그러나 그 권력은 수레바퀴 아래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노동자 민중에 의해 창출된 권력이다. 아니면, 당신들은 우리도 결국 부패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가? 그렇다. 우리는 부패할 것이고, 부패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권력을 노동자 민중을 위해 편파적으로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들을 위한 권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두렵지 않으며, 시도하기를 원한다. 노동자 민중을 위한 우리의 의도가 타락한다면 더 나은 대안과 의지를 담은 새로운 거리의 정치와 새로운 용혜인이 나타나서 낡아 버린 우리를 불태울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서 미루어 걱정하는 일은 그만두도록 하자. 지금은 수레바퀴 아래에서 사람들이 더는 희생되지 않게 하는 것에 집중하자. 수레바퀴를 때려 부숴버릴 방법을 논의하자. 수레바퀴에서 벗어난 삶을 함께 설계하자.
용혜인 후보를 국회로 보내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와 명분은 분명하다. 그리고 용혜인씨는 우리의 대의를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음을 거리에서 증명했다. 나는, 무거운 짐을 이고서 우리의 역사를 쓰기 위해 담담히 걸어가는 그의 걸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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