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제 분류표 '철강업종 교대제 개선을 위한 쟁점과 과제 연구' (금속노조, 2014) 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비인간적 교대제, 자본의 욕심만 채운다위의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 인터뷰에도 비슷한 상황이 그려진다. 365일 2조2교대제로 근무하다 3조3교대제로 바뀌니 '시간이 많이 남는 것 같더'란다. 하긴 1년 365일 휴일 없이 일하는 건 똑같아도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인 거랑 8시간인 건 차이가 크다. 그렇게 평생을 일하다 보니 4조3교대제가 도입되어 휴무조가 생기자 '적응이 잘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또 한 가지 놀란 건,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의 대표격인 3조3교대제가 지금까지도 많은 제철소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여전히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한 모든 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는 예외 없이 3조3교대제가 적용되고 있었다. 4조3교대제로의 전환은 제철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해당한 변화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해 교대제 전환을 요구하며 싸웠고 그래서 결국 4조3교대제를 쟁취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그 바깥에서 휴무조 없는 교대노동을 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3조3교대제 하에서 정규직보다 턱없이 적은 월급을 받으며 더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비인간적 노동환경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마 전 귀가하는 길에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벽에 붙어있는 광고전단들을 멍하니 보고 있을 때였다. 맞교대근무를 하는 경비노동자들의 근무시간 조정 건에 관련된 공고문에 눈이 꽂혔다. 공고문의 요지는 '2016년도 최저시급 인상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근무·휴게 시간을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퉁명스러운 공고였지만, 내막은 금세 읽혔다.
최저시급이 인상되어 경비 노동자의 급여를 인상해야 하겠지만 입주민들의 반대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니, 동결되는 급여폭만큼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을 늘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 노동자들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작년보다 '더 긴 휴식시간'을 갖게 됐다. '2016년에 6030원으로 인상된 최저시급 적용도 놓치지 않고 받으며' 말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관리비를 조금 덜 부담하게 되려나 보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두고 보고 있는가제철공장 노동자 교대근무실태를 조사하면서 느꼈던 화와 모욕감이 되살아남을 느꼈다. 이놈의 사회는 도무지 노동자를 사람으로 대우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노동자의 시간과 급여 따위는 비용절감과 이익창출을 위해서라면 아무렇게나 주물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1년 365일 휴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근무환경에서 휴무조도 없이 교대근무를 하게 하고, 최저시급 인상분을 휴게시간 연장이라는 장난질로 때워 먹는 현실. 일터에선 야근에 주말근무에 시달리면서도 집에선 또 다른 노동자의 시간을 쥐어짜고 유린하여 얻는 편리와 이익을 취하게 만드는 현실. 나도 당하면서 또다시 그런 현실을 직조하는데 공모자가 되게 하는 잔인한 현실.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우리는 왜 이런 현실을 두고 보고 있는가! 노동자를 일하는 기계쯤으로나 여기는, 그래서 쓰다 보면 망가지고 망가지면 갈아치우면 된다는 생각, 그리고 그 생각에 기반해 만들어진 제도와 관행을 물어뜯듯 파헤치고 바꿔내야 한다. 일하는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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