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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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형에 이어 미국 대통령에 도전한 공화당 대선 주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위상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부시는 지난 2일 첫 경선 무대인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서 고작 2.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6위에 그쳤다.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에서는 11.02%를 얻어 4위로 올랐지만, 깜짝 2위를 기록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고 1위 도널드 트럼프(35.34%)를 따라잡기에도 한참 부족하다.
꺼져가는 불꽃을 겨우 살려 기사회생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7.42%를 기록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나 4.15%를 얻은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가 아예 경선 사퇴를 선언한 것에 비춰보면 희망적인 성과는 아니다.
현지 언론은 여전히 부시를 트럼프나 테드 크루즈, 마르코 루비오보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군소 후보'로 분류하고 있다. 대통령을 두 명이나 배출한 부시 가문의 '황태자'로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에 치이고, 루비오에 밀리고... 부시의 '수난'불과 몇 개월 전 부시는 출마 선언도 하기 전부터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지목됐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41대)과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3대)의 든든한 후광과 플로리자 전 주지사라는 경력까지 더해져 화려하게 떠올랐다.
'부시 왕조(Bush dynasty)'로 불리는 정치 명문가의 자부심, 넉넉한 선거자금, 막강한 조직력, 온건 보수주의 등이 어우러져 오직 부시 만이 대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공화당에 정권을 안겨줄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그의 인기는 거품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출마 선언 후 여론조사에서 10%의 지지율을 넘기도 힘겨웠고, 미디어는 트럼프나 민주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아웃사이더 돌풍'을 전하기 바쁘다.
선거전문가들은 부시의 잘못된 전략을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부시 가문이라는 이름값과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면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실제 부시는 트럼프나 크루즈보다 훨씬 많은 광고비를 투입했지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가 "부시의 선거캠프가 그동안 광고비로 50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쏟아부었지만, 그 돈을 전혀 쓰지 않고 아껴뒀더라도 현재의 지지율은 얻었을 것"이라고 조롱할 정도다.
아버지를 닮은 신사적이고 상냥한 말투도 거친 독설과 막말이 난무하는 공화당 경선판에서 오히려 '지루해 보인다'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선거전문가는 "부시의 참모진이 15년 전 선거 전략을 그대로 쓰고 있다"라며 "지금은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소셜미디어, 문자메시지 등이 등장하며 정치 용어의 톤이 완전히 바뀌었다"라고 지적했다.
오죽하면 남편과 장남을 대통령으로 만든 바버라 부시 여사가 CBS 인터뷰에서 "젭은 너무 공손하다"라면서 "다른 대선 후보들처럼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자랑해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부시가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힌 것도 결과적으로 악재였다. 독설과 막말이 특기인 트럼프와 크루즈는 부시를 일찌감치 경선 레이스에서 몰아내기 위해 협공을 펼쳤다. 부시의 낮은 지지율에 실망한 공화당 주류도 루비오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밀고 있다.
백약이 무효... 부시의 마지막 승부수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