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가나북스
이리하여 안성진 님으로서는 '하루 10분'을 다짐합니다. 적어도 하루에 10분씩 오롯이 아이하고 얼굴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놀겠노라 하고 다짐합니다.
지금 중년 세대들의 어릴 적 부모들은 다 살갑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냥 저절로 크는 거라고 믿었다. 그러니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이렇게 훌쩍 크고 나니 부모 자식 간의 사이가 어색하다. (17쪽)표현이 어색한 아버지들이 단골로 하는 말이 있다. '꼭 말로 해야 알겠느냐?'고.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네, 꼭 말로 표현하세요!'라고. (24쪽)아이하고 하루 10분 동안 얼굴을 마주하겠노라 하는 다짐은 어떠할까요? '고작 10분'일까요? 아니면 '10분씩이나'일까요? 안성진 님은 <하루 10분 육아>라는 책을 빌어서 '10분'을 말씀하는데, 10분이란 두 가지 뜻입니다. 첫째, 참말로 꼭 10분은 아이하고 두 눈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이에요. 잔소리나 꾸중을 늘어놓는 10분이 아니라, 살가우면서 따스한 기운이 흐르는 이야기로 10분을 누리자는 뜻이에요. 둘째, 10분은 상징입니다. 아이하고 날마다 10분씩 살가이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놀이를 즐길 줄 안다면, 10분이 아닌 한 시간이나 두 시간도 얼마든지 이야기꽃을 피울 만합니다. 온 하루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요.
이를테면 설이나 한가위에 모처럼 '회사일을 안 하고 쉰다'고 한다면, 이때에 이 나라 수많은 여느 아버지는 아이하고 어떤 나날을 보낼까요? 회사 걱정을 안 해도 되는 며칠 동안 아이하고 얼마나 재미있는 하루를 지을까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몹시 바쁘기에 주말에만 놀자고 아이를 달랜다면 '한집에 살아도 주말 아버지'가 될 텐데, 아이를 낳고도 '주말 아버지'로 산다면, 이러한 삶은 얼마나 기쁠 만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바쁘거나 힘들더라도 '하루 10분'은 꼭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만 생각하며 아이하고 함께 짓는 보금자리 살림살이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하루 10분 육아>라고 할 만합니다.
심신이 지쳐 힘들 때도 아이들과 놀아 줄 수 있어야 하고 기분이 다운되어 있어도 아이들과는 즐겁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0쪽)평소 아이와 대화가 없는 아빠라면 아이의 마음을 읽을 기회를 갖지 않는 것과 같다. (48쪽)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여기에 소홀하면 실패하는 육아를 하는 것과 같다. (61쪽)아침이 되면 마당으로 내려가서 나무를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합니다. 저녁을 지나 밤이 가까우면 손발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다시 마당으로 내려와서 하늘을 바라보며 별한테 밤 인사를 합니다.
나는 온 하루를 아이들하고 함께 보냅니다. 나는 시골집에서 밥짓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도맡는 아버지로 지냅니다. 이러면서 집살림을 건사하는 일을 합니다. 한 해에 몇 차례쯤 혼자 바깥일을 보러 시골집을 떠나는 날이 있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늘 아이들 곁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나는 아이들하고 '하루 10분'이 아닌 '하루 내내' 지낸다고 할 텐데, '때와 곳(시간과 공간)'을 함께 보낸다고 해서 '아이 마음 읽기'를 늘 한다고는 여길 수 없습니다. 밥상맡에 함께 둘러앉는다고 해서 '하루 10분'이 아니라, 밥상맡이 아이들한테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를 누릴 자리'가 되도록 북돋울 때에 비로소 '하루 10분'인 셈이에요.
나무한테 인사를 하든, 별한테 손을 흔들든, 달과 해를 함께 바라보든, 흙과 풀을 함께 만지든, 자전거를 함께 달리든, '같이 있다'를 넘어서 '같이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비로소 '하루 10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