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튀르크 공항 입구IS 테러로 깐깐한 입국심사 통과.
김경수
남미의 적도 부근 기아나에 수감된 빠삐용은 탈출과 독방생활을 반복하다 결국 초췌한 몸으로 악마의 섬으로 보내진다. 그 섬은 망망대해에 사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인 천연감옥이지만 기아나의 형무소보다 규율이 엄하진 않았다.
빠삐용은 그곳에서 극적으로 해후한 절친 드가와 작별을 고하고 자유를 찾아 상어 떼가 득실거리는 해안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그리고 코코넛 뗏목 위에 누워 세상을 향해 외치며 영화는 끝난다. "Hey, you Bastards, I'm still here.(야 이놈들아, 난 아직 살아있다)" 비좁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장시간 이동할 때 잠시 비우고 채우기에 영화만한 것이 없다.
2015년 가을 어느 토요일 저녁, 꼬박 10시간을 넘게 날아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터키에 가면 고등어 케밥과 에페맥주는 꼭 먹어보라는 후배의 말을 떠올리며 아타튀르크 공항을 나왔다. 계속되는 IS 테러 때문인지 입국심사가 무척 깐깐했다. 경쟁구도에 갇혀 지독히 치열한 일상을 잠시 덮고 여기까지 왔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내일이면 느낄 수 없는 감정, 그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을 찾아 먼 길을 왔다.
모든 시계가 9시 5분에 멈춰있는 톱카프 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