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놀이를 하면서 흙만두를 빚는 아이. 한겨울에 두 손이 빨갛게 되어도 신나게 흙놀이를 합니다. 이 흙은, 그리고 우리 곁에 있는 돌은, 저마다 어떤 숨결일까 하고 돌아봅니다.
최종규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돌마다 흐르는 숨결을 읽을 수 있을까요? 돌멩이 하나가 얼마나 오랜 나날을 이 마을에서 살아왔는가를 읽을 수 있을까요? 돌멩이 하나가 이 지구라는 별에서 얼마나 수많은 비와 바람과 해와 흙하고 동무가 되면서 살았는가를 읽을 수 있을까요?
요즈음 사회나 문화로 본다면, 길바닥이 흙길일 적보다 시멘트나 아스팔트일 적에 자동차가 다니기 좋겠지요. 그런데, 길바닥이 시멘트나 아스팔트이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매우 나빠요. 어른들한테는 자동차가 다니기 좋은 길이 되지만, 아이들한테는 뛰어다니거나 달리기를 하기에 매우 나쁩니다.
흙바닥이라면 아이들은 돌을 주워서 흙바닥에 금을 그으면서 온갖 놀이를 하지요.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에서는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를 하기 어려워요. 더욱이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은 어른들도 일을 하다가 쉬면서 주저앉기에 썩 안 좋습니다. 흙바닥이라면 냉큼 앉을 만하지만, 시멘트나 아스팔트 바닥은 뭔가를 안 깔면 앉기에 나빠요.
무엇보다도 시멘트 조각은 앞으로 백 해나 이백 해가 흐르는 동안 '빛나는 돌'이 되지도 않아요. 시멘트 조각은 한 해 두 해 백 해 천 해 흐르는 동안 그예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값싼 건축재료라 하는 시멘트는 겉보기로는 '돌'처럼 딱딱한 듯하지만 이내 물러지고, 이내 바스라지며, 이내 쓰레기더미가 되고 말아요. 이와 달리 돌은 기나긴 해를 사람들하고 함께 살면서 이야기를 품지요. 보석도 여느 돌처럼 오랜 나날을 사람들 곁에 있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요.
"요즘은 보석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드는 시대가 됐으니까. 천연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아름다우면 합성이라도 좋다는 사람도 있지." "하지만 천연도 커팅으로 연마해야 하니까, 아무튼 노력이 필요하잖아." (110∼111쪽)만화책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에는 여러 사람이 나옵니다. 어릴 적에 전당포에 '매물'처럼 맡겨지면서 '전당포 집 아이'로 자란 사내가 있습니다. 전당포 집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보석이라는 돌을 '돌에 흐르는 숨결'을 고스란히 읽으면서 '타고난 보석감정사' 노릇을 하는 고등학생 가시내가 있습니다. 아무리 나쁜 기운이 흐르는 돌이라 해도 스스럼없이 두 손으로 만지면서 '깨끗하게 해 주는(정화해 주는)' 보석세공사 사내가 있어요.
보석은 값진 돌이기에 돈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이 되는 값비싼 돌이기에 목걸이로도 하고 손가락에도 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저 값지거나 값비싸기에 보석 구실을 하지는 않으리라 느껴요. 마음을 푸근하게 북돋운다든지, 마음을 따사로이 어루만진다든지, 마음을 넉넉하게 쓰다듬어 준다고 느끼기에 저마다 '내 빛돌(빛나는 돌)'을 가슴에 품을 만하리라 느껴요.
돈으로 치자면 '돈돌'일 테지만, 삶에 빛줄기가 된다고 여기면서 아끼면 '빛돌'이 됩니다. 내 꿈을 아로새기려 하면 '꿈돌'이 되고, 사랑하는 두 사람이 뜻을 함께 나루려고 주고받으면 '사랑돌'이 되어요. 우리는 어떤 돌을 곁에 둘까요? 우리는 돌 하나에 어떤 마음을 담으면서 곁에 둘까요?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1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대원씨아이(만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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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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