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향 교수 홍성 통일강연회지난 2일 홍성군 새홍성교회에서 김진향 카이스트 교수가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정명진
박근혜 정부가 북한붕괴론에 기댄 '통일대박'을 외치는 동안 북한에서는 과연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김 교수는 몇 가지 데이터를 소개했습니다. 국제연합식량기구(FAO)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생산량이 해마다 늘어 2014년 식량생산량은 최소소요량을 31만 톤 초과했습니다.
자급자족이 가능해졌고 더 이상 굶주리는 상황은 아니라는 겁니다(지난해는 가뭄으로 식량생산량이 다소 줄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만 부족분에 대한 식량 수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3년 북한의 대외무역규모 성장률은 7.8%로 199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성장률이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하면 떠올리는 '극심한 가난'의 이미지는 20년 전의 선입견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미디어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요. 정부가 북한붕괴론을 내세우고 있는 이상 북한은 굶주린 모습이어야 하고, 체제는 불안해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김 교수의 말대로 "남북관계에서 사실은 사치"이며 "국익관점에서 진실은 부정"됩니다.
이러한 경제상황 호전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서 미국과의 군비경쟁에서 다소 여유를 갖게 되자 군수가 민수로 이양됐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줄곧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지면 경제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과 2월 중 예고된 인공위성 발사 역시, 미국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압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 교수도 올해 대선을 앞둔 오바마 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최근 현황에 대한 내용은 이날 강연의 핵심 주제가 아니었습니다. 김 교수의 강연 주제는 '행복한 평화, 너무 쉬운 통일'이었습니다. 국민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분단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서로 다른 체제와 문화양식에 대한 '상호존중'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상호존중은 상대방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 그것이 '너무 쉬운 통일'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분단체제의 심화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권위주의 독재를 심화시켜왔습니다. 자본주의와 더불어 분단체제는 인간성과 공동체를 파괴합니다. 통일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서고, 국민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길입니다.""갑작스런 통일은 국민 불행의 근본입니다. 북한 체제는 너무나 강고하기 때문에 통일은 갑작스레 오지도 않고, 와서도 안 됩니다. 흡수통일, 통일비용론은 분단을 고착시키는 반통일론입니다. 통일은 오랜 기간 동안 평화를 위한 제도를 만드는 과정 끝에 오는 것입니다.""개성공단에서 4년 동안 있으면서, 남북경협은 제2한강의 기적, 대동강의 기적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경제대변영은 품격 높은 사회로 이어질 것입니다." 전쟁에 둔감해진 어른들... 아이를 보라 글이 길어졌지만 올해 아홉 살이 된 첫째 아이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새해 초 아이와 함께 홍성에 있는 용봉산에 올랐습니다. 돌탑을 보더니 아이가 "저기에 돌을 올리고 소원을 빌면 정말 이루어지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작은 돌을 올리고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빕니다.
'원하는 장난감을 갖게 해달라고 했겠지' 생각하면서 무슨 소원을 빌었냐고 물었더니 비밀이랍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물었더니 '통일되게 해 달라'고 했다고 속삭입니다. 학교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주입식 교육이라도 했나 싶어 이유를 물었더니 "난 군대 가기 너무 싫은데, 아빠가 통일 되면 군대 안가도 된다고 했잖아"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얼마 전 입대하는 사촌형에게 군대이야기를 들었나 봅니다. 그 때부터 첫째아이는 '어떻게 하면 군대를 안 갈 수 있어?', '전쟁이 안 일어나면 훈련만 하다가 돌아오는 거야?'라고 자주 묻곤 했습니다. 제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진짜사나이>도 첫째 아이는 보기 싫답니다. 아홉 살 아이에게 군대와 전쟁은 정말 피하고 싶은 공포였습니다.
남북회담을 취재하고 통일부를 출입할 때 통일은 내 직업의 영역이었지만 귀촌생활에서 통일은 단지 서울에 남겨두고 온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분단과 통일 문제는 매순간 나와 아이들, 내 가족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도 걱정하듯 전쟁은 모든 사람의 삶을 집어 삼킵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또 다른 전쟁을 치르는 어른들은 진짜 전쟁에 둔감해졌는지도 모릅니다.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서 총을 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 홍성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해선, 경의선을 넘어 유라시아까지 이어지는 반도국가의 건강한 상상력이 펼쳐지는 사회. 그렇게 되면 먹고 살기 위한 이 지긋지긋한 전쟁도 다소 누그러지지 않을까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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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인민'은 옛말, 우리만 북한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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