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에 대한 낙태 논란을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CNN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중남미 대륙을 뒤덮으면서 각국 정부가 임신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던 가정은 고민에 빠졌고, 임산부 여성은 곧 태어날 아기가 소두증에 걸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남미 최대 종교인 로마 가톨릭의 '피임·낙태 금지' 교리가 도전받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각) 중남미 국가의 가톨릭 교회들이 피임과 낙태를 금지하는 교리를 수정해야 한다는 전방위적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이를 둘러싼 논란을 전했다.
피임 기구 없는데 임신하지 말라?가톨릭은 콘돔이나 피임약을 이용한 피임은 물론이고 낙태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숭고한 생명의 잉태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이 교리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가톨릭을 중시하는 브라질, 엘살바도르, 칠레 등 중남미 국가들도 대부분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산모의 건강이 위험하거나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 등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징역형에 처한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 확산으로 정부가 임신 자제를 권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는 모기가 활동하기 힘든 겨울이 시작되는 7월까지, 엘살바도르는 2018년까지 임신 자제를 권고했다.
엘살바도르의 한 남성은 "빈부 격차가 큰 중남미에서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피임 기구를 구하기 어렵고, 구입할 돈도 없다"라며 "정부의 권고대로 임신하지 않고, 낙태도 막으려면 2018년까지 성관계를 갖지 말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강력히 추정된다며 최근 국제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라질에서는 연간 150건에 불과했던 소두증 출산이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4180건으로 급증했다.
영국의 의료 자선 활동가 제레미 파라는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 방역에) 취약한 빈민 지역의 임산부를 증상 없이 조용히 감염시키고, 신생아에게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다"라며 "에볼라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소두증 신생아는 일반적으로 출생 후 수년 내 사망하고, 생존하더라도 영구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 때문에 법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임산부가 낙태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가 법을 피해 비위생적인 불법 시설에서 낙태 수술을 받다가 사망할 우려가 있다"라며 "국가가 저소득층 임산부의 낙태를 허용하고, 수술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가톨릭 "어떤 이유도 낙태 정당화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