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하늘색 지붕구로디지털단지역에 가면, 아주 특별한 지붕이 있다. 이곳에 2년간 전깃줄을 타고 한국전력공사에 보내진 전력은 한달간 882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정대희
멀리서 보니 구로디지털단지역 지붕이 반짝였다. 햇빛이 지하철역 건물 꼭대기를 비추자 눈이 부시다. 하늘색 지붕 뒤로는 회색빛 도시가 펼쳐졌다. 맞은 편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손가락으로 반짝이는 물체를 세어봤다. 하나, 둘, 셋...아홉, 열. 태양열 집광판의 숫자다.
지난달 28일 특별한 지붕을 찾았다. (사)에너지나눔과평화가 만드는 나눔발전소다. 쓸모없던 공간이 이들의 손을 닿으면 쓸 만한 장소로 변했다. 햇빛을 전기로 바꾸는 일이다. 서울시가 빌려준 구로디지털단지역 지붕에서 2년간 전깃줄을 타고 270MWh가 한국전력공사로 보내졌다. 882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2014년 서울시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306kWh)을 감안했을 때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깃줄을 따라 서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서울시 강동구 아리수로 131번지. 암사 아리수 정수센터다. 출입구 옆 초소에 오르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거대한 지붕이 펼쳐졌다. 크기를 가늠하려고 스마트폰에 다운받은 지도 앱을 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7만 6800㎡면적에 빗금이 그어져 있다. 정수시설과 태양광집광판 1만 9700장(5MW 규모)이 연출한 모양이 빗살무늬 토기를 닮았다. 서울시와 OCI(주), (사)에너지나눔과평화가 공동으로 건설한 수도권 최대 태양광발전소다.
그렇다면, 축구장(7140㎡) 10배 크기서 생산한 전기는 얼마나 될까. (사)에너지나눔과평화가 관리하는 태양광 집광판(2.5MW 규모) 면적만 따지면, 4년간 약 8,072MWh다. 나눔발전소 1호가 위치한 강동구 18만 508세대(1월 기준)의 14%(2만 6378세대)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나눔발전기를 합하면 숫자는 더 커진다. 서울과 충북, 전남, 경북에 걸쳐 총 11기(4.4MW 규모)가 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7년간 총 2만 1209MW로 1년간 5,892가구에 전기를 공급한 셈이다. 다시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산화탄소로 따지면 9948톤을 저감하고 35만 8,0920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효과다.
햇빛발전, 에너지빈곤층 눈물 닦아주는 착한 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