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항적을 둘라에이스호 좌표로 옮긴 '새 항적'을 해저 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세월호가 급격히 각도를 튼 장소와 바다 밑 산 지역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파파이스> 캡처
김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서 충격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세월호가 앵커를 내린 채 병풍도 가까이서 운항했고, 앵커가 해산에 닿을 때마다 이상 움직임을 보였으며, 이 과정에서 결국 급변침이 일어나 침몰했다'는 것. 이른바 '앵커 침몰설'이다. 그는 또 사고 당시 해경과 선원이 조타실에서 들고 나온 미상의 물체는 음향을 이용해 해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 기록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기록지가 '앵커를 내릴 때' 사용하는 물건이므로, 앵커 침몰설을 정황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김 감독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왜 세월호가 앵커를 내리고 운항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고의 침몰설'까지 제기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사건의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세월호 앵커는 선체에서 제거된 상태이며, 해수부는 인양 때문에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논란을 둘러싼 두 반응, '흥분'과 '침묵' 김지영 감독의 주장은 예상되는 파장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만큼, 제3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의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 그가 여러 전문가들과 협업하며 장기 취재를 벌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만 취사 선택하는 '확증 편향'에 빠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방송된 이후 한국 언론이 보인 반응을 보면, 그의 분석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대로 검증할 기회가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방송 이후 인터넷은 대중의 관심으로 들끓었다. 유튜브에 올린 <파파이스> 81회는 지난 20여 일 동안 조회 수 68만을 넘겼고, 댓글도 1500개가 넘게 달렸다(평소 조회 수가 20만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3배 이상 올라간 셈이다). 방송 직후 네이버에 게재된 <한겨레> 기사 '세월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한 이유는?' 역시 댓글이 2200여 개나 달린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소셜 미디어, 블로그 등에서도 앵커 침몰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며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을 옹호하는 측은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주장을, 비판하는 측은 '황당한 소설'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그의 가설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앵커를 단시간에 내렸다 올리기는 불가능하지 않나', '앵커로 배를 침몰시키는 게 가능한가', '항적도가 단순 오류일 가능성은 없나"와 같은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김 감독의 주장을 소개하거나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송 이후 하루 이틀 동안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 6명에게 28억 6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수십 개 쏟아졌을 뿐이다. 이른바 '제도권 언론'에서 김 감독의 주장을 다룬 곳은 <한겨레>와 <미디어오늘>밖에 없다. 의혹에 대한 정부 입장 역시 <미디어오늘>이 전한 합동참모본부의 "해군 레이더 항적은 정확하다"는 짤막한 반론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