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지지금은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많이 변했다. 개발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그곳을 자주 찾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곳에 있던 동백과 사스레피나무 때문이었는데, 개발하면서 그 나무들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김민수
그곳엔 얕은 연못이 있고, 연못엔 수련이 있는데 여름엔 장관을 이룬다. 제주도에서 천연의 습지를 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기에 신기했고, 나는 그곳에 있었던 동백나무와 사스레피나무에 반했다.
혼인지 뜰에는 제법 큰 동백나무가 있었는데, 붉은 홑동백을 피우는 나무였고, 동백나무 아래는 백화등줄기가 퍼져있어서 붉은 동백이 떨어져 연록의 백화등줄기의 이파리와 어우러지는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연못을 둘러싸고 있었던 방풍림은 사스레피나무였는데, 해안가의 사스레피나무가 바람에 시달려 무릎 아래 크기 정도밖에 안되는 것에 비하면 4~5미터 정도의 큰 나무였다. 사스레피나무는 이파리 아래에 작은 꽃을 피우는데, 그곳에서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볼 수도 있었다. 작은 종을 닮은 사스레피나무의 꽃은 마치 은방울꽃의 축소판 같았다.
게다가 연못을 거닐다 우연히 우렁이알과 우렁이를 발견했다. 어찌된 까닭으로 그곳에 살게 된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아마도 제주도에서 우렁이를 잡아서 삶아먹어본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토종우렁이가 아닌 양식우렁이라서 맛이 없어 단 한 번 몇 마리 잡아 우렁된장국을 끓여먹었었지만, 제주도에서 우렁이를 잡아 우렁된장국을 끓여먹었다는 내 말을 친구들은 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