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책 표지.
예담출판사
중학교에 다닐 즈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얼마 전 선물받아 간만에 다시 읽게 되었다. 전에 읽었을 때는 표지에 '밤의 카페'가 인쇄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선물받은 책엔 자화상으로 바뀌어있는 게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이 외로운 그림이 내게 다시 이 책을 펴도록 했으니 표지를 바꾼 게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나는 고흐의 자화상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흐는 실제 삶에서도 예민하고 나약한 기질로 스스로를 필요 이상 괴롭혔고 스스로를 실제보다도 더 우울하고 고통받는 존재로 왜곡해서 인식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의 자화상이 그의 삶보다도 더 고독하다고 생각하고 그의 거의 모든 자화상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공허함에 불편함을 느낀다.
동생이자 친구 그리고 예술적 협력자였던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로 거의 대부분이 채워진 이 책은 마치 성장에 실패하는 성장영화, 혹은 새드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예리한 감수성을 가진 유리같은 영혼이 그 깨지기 쉬운 기질을 이겨내지 못하고 고독한 환경 속에서 조금씩 금이 가다 마침내 산산이 박살나버리고 마는, 파국적인 엔딩의 영화 말이다.
예술적 성취에 삶 전체를 쏟아붓고 그림으로써 그림 이상의 것에 도달하기를 갈구했던 고흐. 나는 그가 거의 구도에 가까웠던 예술의 길에서 인간으로서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성취를 조화시키지 못하고 급기야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만다는 이야기의 결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마치 비극적 결말을 알고 보는 영화처럼 읽는 내내 고통받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표지에 실린 그의 슬픈 눈망울은 내가 이 책을 펼쳐들도록 만들었고 나는 꼭 팔 년 전 그때처럼 이미 죽어버린 이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끼고야 말았다.
고독에 패배한 처절한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