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나의 경험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출판사를 창업했다
강상오
나처럼 힘들어할 누군가를 위해서 블로그를 만들고 글을 썼다.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한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업무 내용을 정리해서 관련되는 사람들에게 e-메일 보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글쓰는 일'이란 별 다른 노력없이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내 초등학교 '상장'들을 보니 대부분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해서 받은 상들이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릴적에도 나는 글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글짓기 대회가 있어 책상위에 백지를 올려놓고 고민하는 친구들과 달리 주어진 시간의 반 정도가 지나면 이미 내 백지는 빼곡한 글로 차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글 짓기를 포기한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여유롭게 보냈다.
인지하고 있지는 못했지만 어릴적부터 가지고 있던 그 재능은 직장에서 보고서나 e-메일을 쓸 때 별 고민없이 남들보다 빠르게 작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고 이후 블로그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내 투병일기를 들려줄 때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이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시민 기자'라는 이름으로 여러 매체에 내 글을 실을 수 있는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누군가 나에게 평범한 직장인에서 1인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의 변신 동기를 꼽으라면 단연코 '갑상샘암'과 '블로그'를 꼽는다. 갑상샘암을 겪으면서 인생을 행복을 찾을수 있었고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블로그에 투병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 블로그 방문자는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달이 채 되지 않아 일 방문자 1천 명을 돌파했다. 그리고 많은 갑상샘암 환자와 그 가족들이 내 투병일기를 보고 힘을 얻었다고 댓글을 달아주었고 내 경험을 대충 써놓은 그 글을 보고 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 블로그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나는 '갑상샘'이라는 장기가 우리몸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을 때였다. 그런 나에게 기댈 곳이라고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내가 진짜로 원하는 정보는 잘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의 나와 비슷한 감정의 사람들이 내 블로그에 와서 투병일기를 본다면 '고마운 마음이 들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내 이야기가 필요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알리기 위해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내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가끔 포털 사이트 뉴스 순위권에도 내 글이 걸리기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봐주었다.
대한민국 암 발병율 1위가 갑상샘암이라고 한다. 물론 과잉 진단에 대한 논란도 있긴 하지만 막상 자신의 몸안에 암 덩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리고 '착한암', '효자암', '거북이암' 등으로 불리며 '암도 아니다'라고 쉽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많아 실제로 갑상샘암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갑상샘암 환자들에 대한 시선이 그렇기에 우리들은 외롭다.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엔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병을 경험한 사람들을 찾아 서로에게서 위안을 받는다. 그런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내 이야기를 인터넷에 쓰는 것을 넘어 책으로 출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불행의 씨앗이었던 '암', 진정한 행복을 찾게 해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