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돌은 땅속에서 대지를 뚫고 나온 듯이 돌은 보는 위치에 따라 날카로운 칼 모양새이기도 하고 오동통한 고구마같기도 했다. 또한, 하늘에서 마치 하늘에서 툭하고 던진 게 60도로 박혀 있는 형상이다.
김종신
11시 방향, 떠오른 태양을 바라보자 바위는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합장이 되기도 했다. 돌의 표면은 거무튀튀하면서도 말라버린 이끼들이 엉겨있어 돌 본연의 질감은 보이지 않았다. 돌 아래는 벼를 수확한 트랙터가 에둘러 지나간 흔적만 남아있다.
이렇게 드넓은 들판을 바둑판처럼 경지 정리를 하면서도 돌을 치우지 않았다. 무병장수를 비는 영험함이 깃든 이 돌은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석기와 청동기 시대 권력자의 무덤이기도 한 고인돌과 같은 큰돌 문화의 하나인 선돌(立石)은 묘의 영역을 나타내기도 하고 마을 입구에 세워 귀신을 막거나 경계로 삼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