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춘 소설 <코레예바의 눈물>은 독립운동가 박헌영, 김단야의 부인인 주세죽의 삶을 되살렸다.
동하
1901년 함흥의 중농 집안에서 태어난 주세죽은 천부적인 피아노 실력과 미모로 인해 당대 최고의 미녀로 불리는 여성이다. 그녀는 함흥 3.1운동의 선봉에 섰고, 감옥에서 일본 경찰에게 능욕을 피하다가 가슴에 담뱃불 상처를 입을 만큼 민족의식도 갖고 있었다.
일제에 대한 울분으로 번뇌할 때,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외국인 선교사의 추천으로 상하이로 유학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만난 인물이 '이정'이라는 가명을 쓴 박헌영이다. 박헌영의 아내였다는 이유로 그녀의 이야기는 남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언론인 출신 작가 손석춘의 손을 통해 온전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설은 작가가 실크로드를 시작으로 아랍으로 향하는 길을 떠났다가 우연히 들른 카자흐스탄 도시 크즐오르다의 만남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주세죽과 교분을 나누었다는 최길순 할머니가 남긴 책장에서 주세죽의 기록을 만난 후, 복원하는 얼개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길을 지나가면 모두에게 주목받을 만큼 아름다운 여성이었던 주세죽의 상하이 생활은 이정 박헌영을 만나면서 바뀐다.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고, 그녀는 공산주의 계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녀의 삶은 워낙에 정치적 거목이었던 박헌영으로 인해 조연처럼 흘러간다. 박헌영의 국내 진입 시기에는 같이 조선에 들어가 투쟁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녀의 삶을 복잡한 양상으로 끌고 간다. 1933년 7월 5일 박헌영이 상하이에서 일경에 체포된다. 그녀는 다행히 피신해 동지인 김단야와 은거에 들어간다. 이후 러시아로 향하는데, 그녀에게 들린 말은 박헌영이 사망했다는 소식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그녀에게 연정을 품었던 김단야의 거짓말이었지만 그녀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 지속적으로 구애하는 김단야와 동거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1937년 11월 김단야 역시 김춘성(이성태)의 밀고로 일제의 밀정이라는 혐의를 받아 체포되어 처형된다. 스탈린 집권 이후 강해진 음모 정치를 주세죽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그녀도 카자흐스탄의 모래사막 크즐오르다에서 5년 유형에 처해진다. 극악한 상황으로 김단야와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잃고, 막막한 생활을 한다. 그러나 공장 게시판의 신문 <프라우다>를 통해 박헌영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자초지종을 당에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