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흰두루미 가족목부분이 갈색인 흰두루미는 아직 어린새로 부모와 함께 먹이활동을 한다
이태영
기러기는 우는 소리가 '기륵기륵' 한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만 먹이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러기들의 소리를 들어보면 그렇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영어로는 야생거위(Wild Goose)라고 합니다. 기러기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철새였으나 두루미와 같이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이제는 청동오리와 같이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기러기 역시 두루미와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해가 떠오르면 먹이 활동을 하러 떠나는데 두루미와는 달리 큰 집단을 이뤄 비상을 시작합니다. 너무 많은 개체가 함께 날아오르면 자기들끼리도 분간을 할 수 없어 날아가다가 다시 돌아오는 녀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기러기들은 수많은 동료 중에서 울음소리와 꼬리날개의 무늬를 보고 자신의 가족을 식별한다고 합니다.
하늘을 날 때는 V자형을 이루는데 맨 앞에는 항로를 이끄는 놈이 앞장을 서는데 구간마다 서로 소리를 질러 교대를 합니다. 바람의 저항이 가장 큰 위치이기 때문에 체력소모도 크지만 다음 세대를 교육시키기 위해 선두에 서는 기회를 두루 갖는다고 합니다.
아침에 먹이 활동을 위해 자신들의 먹이터로 날아갈 때는 큰 집단을 이뤄 날아오르는 것과는 반대로 해가 질 때 잠자리로 돌아오는 기러기는 보다 작은 단위로 돌아오는데 그때가 거의 유사하여 하늘을 골고루 뒤덮게 되는데 아주 큰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옛날에는 이런 장관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을텐데 이제는 철원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많이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의 링크를 눌러 잠자리로 돌아오는 기러기떼의 모습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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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 토교저수지로 날아드는 기러기 무리 먹이활동을 하다가 해가 질 때가 되면 기러기들은 잠자리로 무리를 지어 동시에 들어온다. ⓒ 최새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