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지산 정상까지
변종만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3.4㎞ 거리로 야트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눈길을 힘들게 걸으며 추위와 싸우는데 찬바람이 나뭇가지 사이에서 '가르릉가르릉' 고양이 우는 소리를 낸다. 민주지산 정상 못 미처에 무인대피소가 없었더라면 점심을 굶을 번 했다. 국방부에서 만든 영화 '아! 민주지산', 갑자기 몰아닥친 폭설과 추위로 천리행군을 하던 특전사의 장교 1명과 부사관 5명이 사망한 민주지산의 1998년 4월 1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점심을 먹으며 그때 이 대피소가 있었더라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민주지산(높이 1242m) 정상에 오르면 도마령 굽잇길을 비롯해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 등 주변의 연봉들을 굽어볼 수 있다. 정상에 섰을 때라도 시야가 뻥 뚫려 주변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열리길 바랐지만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다. 민주지산이라는 이름은 상촌면 물한리에서 바라보면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들이 솟아있는 산세가 민두름하게 보여 민두름산이라고 부르던 것이 한자화 되었다고 전해온다. 충청북도, 전라북도, 경상북도에 걸쳐있어 정상에 3도의 화합탑이 있는 삼도봉은 석기봉을 지나야 만난다.
정상을 벗어나 숲으로 들어서니 바람이 잦아들어 포근하다. 어떤 일이든 여유로워야 즐겁다. 나뭇가지들이 하늘에 만든 눈꽃 세상이 멋지다. 주변의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3.8㎞ 거리에 있는 황룡사로 향한다.
하산 길에 출렁다리를 건너면 물한계곡의 상류에 위치한 황룡사를 만난다. 한여름에도 한기가 돈다는 물한계곡은 약 20㎞에 이르는 깊은 계곡으로 곳곳에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생태관광지이다.
3시 30분경 도착해 폭포수펜션식당의 비닐하우스에서 두부찌개 안주로 뒤풀이를 했다. 석기봉까지 다녀오느라 방한복에 고드름이 수염처럼 매달린 1진을 사지에서 돌아온 사람들처럼 반갑게 맞이하고 4시 30분경 청주로 향했다.
날씨가 참 얄궂은 날이다. 산 위에서 그렇게 햇살을 기다렸는데 황간IC로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차창 밖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신탄진휴게소에 들르며 빠르게 달리는 차안에서 석진 산대장님이 겨울철에 산행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집이 최고다. 12시간 만인 오후 7시경 커피 한 잔만 있어도 여유로운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