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을 알리며 서명을 종용하는 스팸 분자 메시지2(스마트폰 갈무리)
김학현
모르는 번호로 온 스팸문자의 경우, 여느 때 같으면 확인하지 않고 곧장 지워버리는 게 나의 문자사용의 통상적 절차지만, "위기의 경제, 민생 한..."이란 문구의 절절함에 끌려 결국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내용이 요즘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직분을 망각하고 서명했다는 그 대한상공회의소(아래 대한상의)가 벌이고 있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동참하라는 거였다. 대통령에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뒤를 이어 서명했다는 그 서명 말이다.
내 스마트폰에 찍힌 문자 메시지 내용은 아래와 같이 시작했다.
[WEB 발신]위기의 경제, 민생 한파로 온 국민들이 시름하는 때에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WEB 발신]'이란 문구를 볼 때 누가 컴퓨터를 통하여 인터넷으로 대량 발송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자를 받은 즉시 문자를 발송한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원이 꺼져 있다며 "소리샘 퀵보이스에 녹음을 하겠다"는 기계 속 음성이 들렸다.
이어진 문자 메시지에서 "국민 여러분!!!"이라고 부르며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또 "한마음으로 소중한 뜻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모두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입법을 원하는 것 아냐이런 논리는 가진 자들임에 틀림없는 대한상의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측이 경제 활성화를 못 이루는 게 그들이 말하는 '서비스산업 발전법안'이나 '기업활력 제고법안' 그리고 '노동개혁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서 그런 것처럼 들리게 한다.
이미 정부와 재계는 '서비스산업 발전법안'이 일자리 69만 개를 창출하고, '기업활력 제고법안'이 신업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며, '노동개혁법안'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일부 재계의 의견과는 달리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노동법의 경우 '노동법 개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일자리 창출'의 노동 개혁이 아니라 '쉬운 해고'의 노동개악이라는 의견이 노동계를 비롯한 학계의 우려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