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1월 16일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조재현
우선 경제민주화 실현 여부를 평가하는 잣대부터 서로 달랐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내놓은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은 모두 18개였다. 크게 ▲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 공정거래 관련법의 집행체계 개선 ▲ 대기업 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 행위 근절 ▲ 기업지배구조 개선 ▲ 금산 분리 강화 등 다섯 가지로 분류했는데, 참여연대는 이 대선 공약을 기준으로 실행 여부를 따졌다.
반면 정부의 잣대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5월 28일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에 따라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과제 20개를 정했다.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20대 입법 과제 가운데 13개는 이미 입법을 마쳤고 6개는 국회 계류 중, 1개는 입법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말대로라면 최소 65%는 달성한 셈이고, 국회에 제출한 법안까지 포함하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말한 80점에 가깝다.
사법부는 재벌 총수에 실형, 정부는 '면죄부' 하지만 대선 공약에는 있지만 20개 입법 과제에서 슬그머니 사라진 내용이 적지 않다.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에 대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 ▲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 엄격히 제한 등이 대표적이다. 한마디로 재벌 총수 일가를 옥죄는 내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난 18일 "재벌총수 범죄에 대한 실형 선고, 원칙에 입각한 사면 원칙을 확립하여 과거 정부의 유전무죄식 솜방망이 처벌과 반복된 사면이라는 구태를 청산"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3일 광복절을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14명을 특별 사면했다(관련기사:
결국 비리 기업인 사면, 박 대통령 또 대선공약 어겼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 실형이 확정됐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형이 확정된 뒤 같은 해 8.15 특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사법부는 실형 선고로 경제민주화 약속을 지킨 셈이지만, 정작 재벌총수 중대범죄에 대해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 공약은 '경제 살리기' 구호에 다시 묻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