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프로그램 중 송현승 변호사 사진 캡쳐
MBC
송현승 변호사가 백희정을 만났다. 송 변호사도 궁금한 게 있었다. 그가 변호사 생활을 하는 동안 접한 살인은 언제나 동기가 있었다. 백희정도 엄마를 죽일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송 변호사는 백경환은 살인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백희정이 살인을 인정한 이유를 물었다.
백희정은 울면서 자신이 죽인 게 아니라고 말했다. 당시 송 변호사 보기에 백희정은 검사를 자기편으로 인식했다. 검사가 백희정에게 '나쁜 사람은 아버지고 너는 피해자'라며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반면 백희정은 가족을 적으로 인식했다. 검사가 '가족이 시켜서 이웃집 남자를 고소한 것이니 희정을 빼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공소장을 보여주면서 백희정씨에게 설명했다. 검사는 '네가 죄가 있다고 판단해서 기소했고 너를 도와줄 사람은 변호사'라고 알려줬다. 백희정은 그 개념을 어려워하는 듯했다. 다만 조용히 피식 웃기만 했다. 송 변호사는 다른 사건도 확인했다. 성폭행 부분에 대해 백희정은 "성추행만 있었다"고 했다. "그 점은 상대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10월 1일 첫 재판이 시작되자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백경환·백희정 부녀는 최명자씨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백희정은 또 성폭행 건에 대해 성폭행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성추행은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으니 허위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견해는 어땠을까? 당시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취재하던 한 언론인은 사건을 맡은 강남석 검사가 무척 들뜬 상태였다고 기억했다.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순천 청산가리 사건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은 강남석 검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검사님은 '살인의 추억'도 해결한 검사"라고 추켜세웠다고 한다.
강남석 검사가 광주지검 순천지청으로 부임한 것은 2009년 2월 9일이다. 그해에는 굵직한 사건이 순천지청으로 넘어왔다. 이 가운데 세 가지만 꼽으면 고흥판 '살인의 추억' 사건, '광양 살인사건' 그리고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이었다.
2001년 발생한 미제 사건, 고흥판 '살인의 추억' 사건을 2009년 강남석 검사가 해결했다. 이에 언론이 주목했고 당시 강 검사는 "'살인의 추억'은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직접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수사기관에서 자백하던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하는 일은 흔하다. 피의자는 구속됐을 때 교도소에서 변호인을 만나기 때문이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순천경찰서, 여수경찰서, 광양경찰서, 고흥경찰서 등을 지휘한다. 따라서 이 지역 지능범죄자는 모두 순천교도소로 모인다. 검찰은 피고인 백경환에게 피고인 박용근(가명)을 아는지 물었다. 강남석 검사가 언급한 박용근은 일명 '고흥판 살인의 추억' 사건 범인이었다.
8월 24일 긴급체포 된 백희정은 교도소에서 광양 살인사건 용의자와 함께 한방을 썼다. 검찰도 이 부분을 추궁했다. 검사는 피고인 백희정에게 이렇게 물었다.
"김혜진(가명)은 ○○○의 목을 졸라 살해를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에서 처음에 범행을 인정했는데, 나중에 검찰조사에서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범행을 부인하면서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아 허위로 자백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피고인은 이와 같은 변명과 김혜진의 변명이 일치하는데, 김혜진에게 배워서 말한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피고인 허위진술 변경 이유만 같은 게 아니었다. 재판 결과도 비슷했다. 고흥판 살인의 추억 사건도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과 마찬가지로 1심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는 다시 유죄가 선고됐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
취재 중 접한 기자들은 '고흥판 살인의 추억' 사건도 진범에 대해 확신이 안 선다고 했다. 1심에서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했는데도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경찰과 검찰이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만나기 전 단계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다. 당시 검찰과 경찰이 겪었던 일들을 살펴보자. 그들은 앞서 겪은 사건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고 수사관으로서 어떻게 발전했을까? 이는 검찰이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에서 보여준 수사태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제19화 - '고흥판 살인의 추억'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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