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한 해 전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는 전쟁으로 치닫는 광기를 보였다.
라이프
뉘른베르크는 히틀러 집권시기 나치 전당대회가 열렸던 독일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다. 1935년 '뉘른베르크법(인종차별법)' 제정으로 나치의 인종차별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전후 나치 전범을 단죄하는 국제재판이 열린 곳이라 돌고 도는 역사를 증명하는 도시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런 상징성을 '태풍의 눈'에 억지로 대입시켜 본다. 그의 강한 의지가 말로, 그리고 행동으로 표현된 곳이 여기 도쿄다. 그는 도쿄의 온라인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모아서 '반인륜적인 타민족 혐오 행위'와 '군국주의로 회귀'를 막고자 깃발을 올린다.
정치인이자 학자인 모이제스 나임이 저서 '권력의 종말'에서 얘기한 것이 증명된다. 권력이 더 이상 국가나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개인 혹은 소규모 집단이나 작은 기업이 향유하는 것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적절한 케이스다. 그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 의사소통 때문이다. 현대사회라는 바다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섬으로 떠다니는 개인이 온라인 의사소통을 통해 한 곳, 광장에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것도 도쿄에서 말이다. 1945년 종전 이후 합당한 단죄가 아닌 불충분한 전후 처리로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킨 전범에 대한 '도쿄재판'이 열린 곳이다. 거짓과 미봉에 휩싸인 채 안으로부터 곪아간 전체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의 상처가 덧난 곳이다. 이제 그로 인해 다시 타오르려는 증오의 악덕과 맹목의 백치를 잘라내려는 칼을, 대중이, 네티즌이 '태풍의 눈'이라는 새로운 대표자를 통해 뽑아 들었다. 일본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모든 것을 정리하려는 불꽃이 지금 막 댕겨진 것이다.
일본 역사상 민중들이 뜻을 함께해 일어난 '잇키(一揆)'가 커져 '난(亂)'으로까지는 몰라도 일본 내부에서 시민들을 중심으로 정부에 맞서 자연 발화한 보기 드문 사례가 현재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격렬한 사회주의 학생운동이 사라진지 40여년만의 일이다.
인터넷, SNS 등 온라인이라는 것은 불과 같다는 어느 학자의 논리가 증명된 셈이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심한 악담을 퍼부어 당사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가 하면, 인간의 나약함을 틈타 거짓 정보나 소문을 퍼뜨리기도 하고, 영화 <다이하드 4>에서 볼 수 있듯 해킹을 통해 국가 네트워크를 파괴해 미국을 장악하려는 음모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온라인이다. 사람과 세계를 불태울 수 있는 위험하고 믿지 못할 시스템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