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공명
방송작가로 일하는 김경희 님은 좀처럼 말미를 내어 차분히 쉬거나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고 합니다. 열살 난 아이가 있어서 이 아이를 두고 보름씩 집을 비우면서 나라밖을 다녀올 생각을 하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부탄을 둘러보려는 마음이 커서 체류비를 씩씩하게 냈고, 마흔 문턱에서 삶을 새롭게 바라보려는 넋으로 비행기를 탔다고 합니다.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공명, 2015)라는 책은 부탄이라고 하는 나라가 참으로 얼마나 '기쁨 나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인가를 몸으로 겪어서 느껴 보려고 하는 발걸음으로 태어납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김경희 님은 2014년에 바닷속에 슬프게 가라앉은 세월호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이 땅에서 잊거나 잃은 '사는 기쁨'이 무엇인가를 부탄에서 찾아보고 싶었다고 해요.
부탄 사람들에게는 순박하고 착해 보인다는 흔한 말로는 부족한 정갈한 매력이 있었다. 그게 뭘까, 한참 생각하던 나는 어느 순간 그것이 '품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농부는 농부대로, 공항 경비원은 또 그들대로, 자기 나름의 분위기와 품위가 있었다. (28쪽)부탄의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겠지만 거대한 산자락 아래 위치한 이 학교는 시야가 탁 트여 있으면서도 무척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운동장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정경은 최고였다. (87쪽)경제성장율이나 국민소득으로 치자면 부탄이라는 나라는 거의 맨끝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해요. 숫자로 쳐도 부탄은 국민소득이 3000달러 즈음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부탄에서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기쁨'은 무척 높다고 나와요.
한국은 경제성장율이나 국민소득으로 치자면 꽤 앞쪽에 든다고 할 수 있어요. 숫자로 치면 한국 사람은 제법 잘 사는 나라라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부탄에서 사는 사람들처럼 '기쁜 삶'이라고는 느끼지 못한다고 해요. 부탄하고 견주면 얼추 아홉 곱(2014년 잣대로 한국 국민소득은 27090달러)이나 되는 국민소득인 한국이지만, 정작 한국사람이 살갗으로 느끼는 기쁨은 무척 떨어진다고 할 만해요.
다시 말하자면, 부탄은 숫자로 기쁨을 따지지 않는 나라요, 한국은 기쁨보다는 숫자를 따지는 나라입니다. 부탄이라는 나라에서는 국왕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사는 기쁨'하고 '사는 보람'을 생각한다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살며 벌어야 하는 돈'하고 '살며 가져야 하는 돈'에 많이 얽매이는 셈입니다.